인터넷 난중일기 / 이판정 지음 / 도서출판 원목 / 356쪽 / 1만 5000원
영문도메인 탈피한 95개국어 인터넷주소 체계 개발
"사이버공간서 모국어 쓰려 싸운 기업인의 이야기"
영어도메인에 맞서 '한글인터넷주소' 체계를 개발한 이판정 넷피아 대표는 최근 '인터넷 난중일기' 개정판(도서출판 원목)을 펴내고 합리적인 사이버공간을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 수많은 언어를 쓰는 현대인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인터넷을 영어 하나로 통일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한글로 접속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 95개국을 대상으로 자국어 인터넷주소 체계를 만들어 보급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 대형 포털 등이 즐비한 사이버공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저자는 인터넷 독점기업들이 주소창에 한글 키워드를 입력해도 포털 검색페이지 등으로 빼돌리는 '가로채기' 수법을 통해 자국어 인터넷주소 체계를 무력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가로채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포털에 비싼 키워드 광고를 해야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거대한 인터넷 독점 세력과 맞섰던 20여년의 기록을 임진왜란 당시 치열하게 싸운 이순신 장군을 떠올려 '인터넷 난중일기'라고 지었다. 그는 책에서 생생한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무고한 검찰 수사, 신장이식 수술 등 자국어 인터넷주소 체계를 지키기 위해 겪은 고충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해 많은 나라가 이 시스템을 채택하도록 벤처기업 차원의 민간외교 활동을 벌인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인터넷 TCP/IP 표준을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푸장은 이 책에 대해 "믿기 어려운 인터넷의 대서사시"라며 "인터넷에서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기 위해 비전을 갖고 싸우는 기업인의 생생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골리앗에 맞선 다윗. 한 벤처기업인의 도전 스토리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깨달음을 줄 것이다. 저자 역시 "인터넷 독점 구조에 맞서 중소기업을 살리려는 노력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풀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