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헤르만 헤세 지음 / 박준석 옮김 / 325쪽 / 1만 1900원 / 문학마을 펴냄
데미안은 1919년 처음 발표된 뒤 세계인의 청춘 바이블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20세기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손꼽히며 청소년 필독서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다만 다소 난해한 이중구조, 복합적이고 비의적인 문장 등으로 청소년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 발간된 데미안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보다 더 다양한 연령층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였다. 현대적인 문장과 시선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일러스트도 눈에 띈다.
독자는 데미안을 통해 삶을 탐구하며 길을 모색하던 청년기의 헤세를 만날 수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는 헤세가 원고를 발표했을 때 사용한 필명. 헤세는 주인공에 1차 세계대전을 겪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투영했다. 전란에 휩쓸린 시대 상황에서 그는 불안과 좌절에 사로잡힌 청춘의 내면을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싱클레어가 사춘기를 겪으며 친구 데미안을 만나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한 대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1946년 스웨덴 학술원은 노벨문학상에 헤르만 헤세를 선정하면서 데미안에 대해 "성장에 대한 관통하는 듯 대담한 묘사, 전통적인 인도주의의 이상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작가는 치열한 고뇌 끝에 깨달은 인간이란 존재를 사랑했다. 그는 서문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일 뿐만 아니라 단 한 번의 생을 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존재"라고 말한다. 모든 인간은 살아가면서 어떻든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롭다는 것이다.
수년째 지속된 취업난. 무섭게 치솟는 가계부채. 글로벌 경제위기 속 우리 청년들은 극심한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분명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으나 뒤늦게 '오춘기'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흔히 말하는 '삼포'(연애·결혼·출산)를 넘어 'n포세대'에 들어섰다. 청년들의 성장통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자리잡은 셈이다.
삶 자체가 전쟁으로 다가온 현대인들에게 고전이, 데미안이 건네는 작은 속삭임. 헤세는 "모든 인간 안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구원자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대 청년들이 포기에 손을 뻗기 전에 스스로의 성장통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