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종석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의 지도부 인사들을 만나 국회와 청와대 협조의 밀알이 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소통의 창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임 비서실장이 이날 야 4당 지도부 인사를 만난 배경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가 강조되는 만큼,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한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읽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 첫날부터 4당 당사 및 국회 본청을 직접 찾아가는 등 통합 행보를 보이면서 "야당과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먼저 임 실장과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는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먼저 우 원내대표는 "임 실장은 의원 재선도 지냈고 여야를 막론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와 청와대의 협조를 도울 수 있는 적임자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그는 "선거 때처럼 대통령을 잘 보필해주길 바란다"면서 "우리도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여당으로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임 실장은 "선거과정 중 유례없을 정도로 당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열심히 도와줬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단기적인 과제뿐 아니라 중요한 사항 등에 대해 당과 소통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임 실장에게 "여소야대 상황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비서실장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과도 수시로 소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은 거듭 "저희들이 당과 소통을 잘하도록 하겠다"면서 "저도 민주당이 친정이고 국회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당의 목소리를 빠짐없이 잘 전달하고, 모든 결정을 당과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1일 오후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어 방문한 자유한국당에서는 민주당과 달리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가 막중한 자리이고 국내 정세가 굉장히 어려운 현실에서 직책을 맡았기 때문에 임 실장 어깨가 굉장히 무거울 것 같다.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다만 덕담만 드려야 하는데 걱정의 소리가 당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제가 유세를 하면서 (보니까) 국민적 시각에서 봤을 때 대통령이 갖고 계신 안보관에 불안한 인식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고 문 대통령의 안보관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그것이 아직 불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도 우려의 시각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어 (임 실장이)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임 실장은 "야당에 목소리는 더 크게 듣겠다"면서 "국회의 협력 없이는 지금 우리사회가 처한 경제, 외교 등에 문제에 한 발짝도 해결해 나갈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은 제가 창구가 되서 소통의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어 거듭 "자유한국당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잘 듣고 있다"면서 "우선은 민주당 우 원내대표만큼 하겠다. 우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합리적인 평을 받았기 때문에, 저나 참모진들 역시 우 원내대표가 한 것처럼 합리적인 소통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임 실장을 향해 협치를 주문하면서 개혁입법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여소야대니까 민생이나 외교, 안보 문제, 또 국회에서 선진화법 때문에 180석 이상 안 되면 어렵다"면서 "정말 협치 다운 협치가 되도록 보여주실 것을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야당과 항시 같이 생활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도와줬으면 좋겠다. 정체성이 똑같으니까 저희들은 민주당 법안에 양보할 게 있으면 양보하고, 밀어붙일 것은 밀어붙여서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개혁입법들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 실장은 "더 세심하게 소통하겠다"면서 "특히 국민의당 목소리는 크게 듣겠다. 따금한 소리도 듣겠다"면서 적극적인 소통 입장을 밝혔다.
또 임 실장은 "인수위 없이 시작하는 정부가 가장 중요한건 국정 운영을 해나가는 것인데 국민의당과도 소통이 잘 될 것으로 생각하고, 도와주길 부탁말씀을 드린다"며 "늘 국회랑 소통하는 창구가 되겠다. 많이 지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임 실장은 "대통령께서 '바른정당과 경제, 사회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면서 "정말 협치하고 싶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린다.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외교, 안보에 대해서도 정말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어제 대통령께도 말씀 드렸는데 도울 일은 적극적으로 저희가 돕겠다"라며 "필요한 게 있으면 비서실장님께 얘기 드리겠다"며 협조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경험하셔서 더 어렵겠다"고 농담을 건네면서 "꼭 잘 보좌하셔서 성공한 대통령, 성공한 비서실장, 성공한 정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후 비공개 자리에서 주 원내대표는 임 실장에게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정무장관이 꼭 필요하다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의원들이 정무수석을 만나기를 꺼려하는 것 같다"면서 "정무장관이 야당과의 소통에는 아주 유용하니깐 검토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당무 복귀가 15일로 예정돼있어 임 실장은 향후에 따로 만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