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7일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7일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재판 검증에 대한 질의에서 문제기 된 재판에 대해서는 사과를, 진보적 판결에 대해서는 소신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군판사 시절,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재판에서 시민군에 사형선고 했다는 논란에 대해 "5.18은 제게 굉장히 괴로운 역사였다. 저는 당시 군복무를 하던 군 법무관이었다"며 "저의 판결로 고통을 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군 재판관이던 1980년 5·18 당시, 시민군을 태운 버스 운전사 배 모 씨에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배 모씨는 이후 재심을 거쳐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군 법무관으로서 당시 4명의 경찰이 돌아가셨고 그들의 유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참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또한 주어진 실정법의 한계를 넘기가 어려웠다"고 사형 선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것에 대해 전적으로 수용한다"며 "지금까지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 통진당 해산 '기각' "헌법정신 본질, 이야기하고 싶었다" = 또한 김 후보자는 지난 2014년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9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기각(해산반대)' 소수의견을 낸 것에 대해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정신이 무엇인가, 우리 헌법정신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얘기하고자 다수의견과 같이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소수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오히려 소수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회가 매우 건강하다는 것"이라며 "헌재에서 소수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헌재가 소수의견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수의견이 존재해야 논의의 범위도 분명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오코너 전 대법관도 얘기했듯 소수의견이 있다는 것은 그 사회가 매우 건강한 것이고 헌법재판, 연방대법원 재판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이석기 전 의원의 민주주의 기본질서 위배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느냐"고 묻자 "법정 의견과 같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결정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됐고 (이 전 의원 등의) 국회의원직이 박탈됐다"며 "제가 다른 의견을 썼지만 그게 바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 700쪽 분량 서면답변서 제출 '눈길' = 특히 김 후보자가 이날 국회 인사청문위에 제출한 서면답변 자료가 지난 후보자들이 준비했던 분량의 배에 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A4용지 700쪽 분량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스스로 임기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게 눈에 띠었다. 김 후보자는 “재판관직을 사퇴하지 않은 이상 헌법 문언에 비춰 재판관으로서의 잔여임기가 소장의 임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판관 가운데 헌재소장이 나올 경우 재판관으로서의 임기가 헌재소장의 임기가 되는지, 헌재소장 임명 시 새로운 6년이 보장되는지는 여전히 논란 중인 사안이다. 2012년 헌법재판관에 임용된 그의 재판관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법관생활 내내 가장 자랑 스러웠던 5가지 판결로 ▲조기 노령연금 지급정지 및 환수결정처분 취소사건 ▲장애인 휠체어 추락사건 손해배상 인정 ▲유아의 증언능력 인정 ▲소방관 순직군경 인정 ▲도급제 택시운전사의 근로자 인정 등을 꼽았다.
헌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결정에 대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은 저뿐 아니라 재판관 모두에게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