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5.9조기대선으로 지난 달 10일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갈아치우며 국민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소야대' 현실도 절감한 한 달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문 대통령은 파격적 소통과 탈(脫)권위 행보, 과감하고 빠른 업무지시, 보수정권 9년간 상처 입은 국민들을 달래는 포용리더십을 선보였다. 한 달 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취임하자마자 국정을 장악한 문 대통령은 취임 한 달인 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82%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주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갱신(84%)했던 거 보다 2%p 하락한 수치이지만 고공행진은 순항 중이다.
□ 지지율 80% 안팎 고공행진, "모두의 대통령" =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소통 잘함·국민 공감 노력'(19%)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사(人事)'가 9%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전반적으로 잘한다'(8%)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시행, 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그 일성대로 낮은 자세로 국민들과 소통하고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경청하고 있다. 취임 이틀 만에 민생행보에 나선 문 대통령은 한 달 동안 총 5회에 걸쳐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를 펼쳤다.
특히 낮은 경호를 내세우며 국민들 곁에 가까이 가며 국민 소통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달 15일 문 대통령이 '미세먼지 바로알기 교실' 현장 방문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어린 초등 남학생이 사인을 받기 위해 서두르며 책가방에서 공책을 꺼내는 것을 쪼그려 앉아 기다려주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또 문 대통령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5.18 희생자 유가족의 추모사에 눈물을 쏟았고 추모사가 끝나자,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유가족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위로했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6.25참전 국가유공자인 박용규씨를 직접 부축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또 현장 방문한 용산소방서에서는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개선을 약속하며 지난 3월 화재 현장에서 시민을 구조하고 부상당한 최길수·김성수 대원을 위로하기도 했다. 특히 최 대원이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사연을 언급하며 최송섭 용산소방서장에게 '대통령 명령'이라며 “신혼여행”을 지시했고, 최 서장은 감동받은 듯 눈물을 훔치며 "명,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개혁-탕평 의지 드러낸 '파격' 인선 = 긍정평가 두 번째 이유로 꼽힌 인사 역시 '파격'이다. ▲검찰, 재벌 등 개혁의지 ▲탕평 ▲여성 인재 발탁 등 적재적소에서 인재를 찾아 야당에서조차 '신의 한수'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좌천되어 검사 옷을 벗었던 박형철 전 부장검사를 임명해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특검수사팀장이던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벌개혁 의지 역시 과감한 인사로 보여줬다.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지명한데 이어 2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발탁했다. 김 후보자와 장 정책실장은 학자로서 기업지배구조개선과 소액주주운동을 펼쳐오며 학계의 재벌개혁 '쌍두마차'다.
유리천정을 뚫은 여성들과 흙수저 출신 관료들을 파격 발탁한 것도 눈에 띠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을 비롯해 국가보훈처장에 피우진 육국 예비역 중령을 임명했다. 장성급 출신이 보훈처장이 됐던 관행을 깨고 군의 고질적인 성차별과 싸워온 인사를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했다.
인사청문회를 마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사발탁도 화제를 모았다. 비외무고시 출신이자 여성인 강 후보자는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 사무차장보, 인권부대표 등을 지내 세계 각국 난민 문제 등을 다뤘다. 특히 위안부 문제를 유엔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 인사검증 여소야대 벽 '절감'…5대 비리 원칙 '흔들' = 하지만 인사검증이 본격화 되면서 여소야대의 현실을 절감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났듯, '반대'를 통해 정부 공세에 나서는 야당의 벽이 높다.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강경화(외교부장관)·김이수(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의혹들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크게 무리 없이 소명되어 국민 여론 역시 우호적임에도 야당은 '반대'를 고수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늦어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개혁과제와 적폐청산 등에서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존재감 과시를 위해 '반대'를 외치는 야당을 어떻게 안고 가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특히 검찰-재벌개혁과 4대강 정책감사, 사드 배치 누락보고 등 전 정권의 문제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줄다리기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80% 안팎의 높은 지지율로 문 대통령은 그동안 비정규직 제로 선언,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4대강 정책감사, 사드발사대 4기 보고누락 진상조사 등 업무지시를 과감하게 내렸지만 야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에 맹폭을 가하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등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제시한 '5대 비리(병역면탈·세금탈루·부동산투기·위장전입·논문표절)자 고위공직 원천배제 원칙'이 이낙연 국무총리 배우자의 위장전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흔들렸고, 지명한 김상조·강경화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등이 불거져 체면을 구긴 측면이 있다.
여야정 국정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8일) 문 대통령을 향해 "지지자에 대해서는 소통 아닌 '쇼(show)통' 정권,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먹통' 정권, 야당에 대해서는 '불통' 정권인 '3통 정권'에 들어섰다"며 힐난했다.
□ 文대통령, 野협치 가동…12일 국회 시정연설-상임위원장 회동 예정 = 이에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국정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다음 주에는 국회 상임위원장과도 만나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일자리 추경안 등에 대한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는 12일 직접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통해 추경편성 요건을 설명한다.
보수야당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행보가 지지를 받고 있어 우리가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이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책 추진에 있어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강행하는 모습이 비춰지면 곤란해지지 않겠나. 우리가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입장을 고려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