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대통령 추경시정연설…공공부문-사회서비스, 복지-안전 예산 집중
"11조2천억, 11만개 일자리 응급처방…조속 통과" 호소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경예산안(추경안)에 대해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처방일 뿐"이라며 국회를 향해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를 직접 찾아 일자리 추경안 관련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원인은 바로 일자리"라며 '고용절벽'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일자리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는 국민들의 생명이자 삶 그 자체"라며 국회를 향해 "함께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자"고 추경안 처리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취임 후 처음이며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추경 시정연설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최초로 대통령이 직접 프레젠테이션 사진 슬라이드를 활용해 추경안을 설명했다.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은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8000억원과 세계잉여금 1조1000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3000억원을 활용한 규모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어 기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한다"며 "정부는 국회가 추경을 확정하는 대로 바로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일자리 추경안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활용해 설명했다. (사진 청와대)
□ "소득불평등 심화…해법은 일자리" = 그는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인 현실과 저출산 고령화 문제, 소득분배 악화 상황 등을 일일이 지적하며 "우리나라의 경제불평등 정도가 이미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50%, 절반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된다. 시민들이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다행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수실적이 좋아 증세나 국채발행 없이도 추경예산 편성이 가능하다.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국회를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 내용에 대해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에 집중했다"며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SOC사업은 배제했다. 대신 육아휴직급여,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지난 대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공통공약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자리 관련 예산에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와 ▲취업 및 창업 예산 ▲육아휴직 및 어린이 안전 예산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한 예산 등의 추경안 내용을 설명했다.
□ 공공부문-사회서비스, 여성-노인 일자리 예산…복지-안전 예산 확대 = 공공부문 일자리와 관련해선 "안전․복지․교육 등 국민 모두를 위한 민생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충원이 꼭 필요했던 현장 중심의 인력으로 한정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수가 부족해 문제가 발생하는 소방관과 복지공무원, 근로감독관 등을 증원계획을 밝히며 "경찰관, 부사관, 군무원, 집배원, 가축방역관 등까지 합쳐 국민 안전과 민생 현장에서 일할 중앙과 지방 공무원 1만 2천명을 충원해 민생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보육교사, 노인돌봄서비스, 치매관리서비스, 아동안전지킴이 등 민간이 고용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도 지원하고자 한다"며 "추경이 통과되면,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2만 4천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상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사실상 청년 일자리"라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동시에 민생수요에 비해 수가 부족했던 현장인력을 확충하는 것인 만큼 청년실업 해소와 민생사회서비스 향상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부문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중소기업 청년고용지원제도를 신설해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한 명을 더 채용할 수 있게끔 한 명의 임금을 국가가 3년간 지원하겠다"며 "이번 추경으로 5천명의 추가채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해소 ▲청년창업지원펀드 확대 ▲3천억 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 신설 ▲구직 활동하는 3개월 간 월 30만원씩 지원하는 청년구직촉진수당 신설 ▲청년 임대주택 2,700호분 공급예산 배정 등의 내용도 밝혔다.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늘려주고 가정의 행복을 돕는 예산과 관련해선 출산 첫 3개월의 육아휴직 급여 최대 두 배까지 확대하는 내용과 ▲국공립 어린이집 360개 신규 설치 ▲민간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어린이집 교사 5천명 충원 등을 포함시켰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새일 센터에 창업매니저와 취업설계사 새로 배치 ▲직업교육 과정 확대 예산 등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 안전을 위한 미세먼지 대책 예산도 포함시켰다.
노인 일자리와 건강 예산에 대해서는 노인 공공일자리를 3만개 늘리고, 일자리 수당 인상(월 22만원→월 27만원)내용을 밝혔다. 또 치매국가책임제를 위한 전국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개로 늘리는 예산을 배정했다.
이밖에 도시재생 뉴딜사업, 하수관거 정비 등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과 ▲기초생활보장제 수혜자 확대(4만1000가구) ▲스크린도어 안전 보호벽을 개선하는 예산 등 복지와 안전대책 예산에 집중했다.
그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총 3조 5천억 원이 지원하는 내용을 밝히며 "지방정부들도 이번 추경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 예산을 일자리 정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민생 관련 사업에 중점 사용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 "11만개 일자리 응급처방, 공공과 민간 함께 노력하자" = 문 대통령은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며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이라고 거듭 일자리 추경안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다.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며 "국회는 올해 초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을 국회가 먼저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도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다.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야당과 여당이 함께 힘을 합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거듭 국회를 향해 "함께 합시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합시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다"고 재차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