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업무수첩에 기록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문제'라는 메모는 무슨 뜻이 담겨 있을까.
최 전 수석은 이에 대해 "의결권 문제를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있었지만, 이는 일반적인 소관 업무를 챙겨보라는 뜻일 뿐, 구체적인 찬반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임원 등 5명에 대한 뇌물공여 재판에서 최 전 수석을 불러 증인심문을 진행했다.
최 전 수석은 검찰측이 "박 전 대통령이 안종범 수석과 보건복지부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것 같다고 진술한 내용이 맞죠"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측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측은 최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 적힌 '삼성-엘리엇 다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라는 메모가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을 적은 것인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입증에 박 전 대통령의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찬성에 대한 지시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다퉈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전 수석은 그러나 증인심문이 진행되자 일관되게 "'의결권 행사'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찬반 지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최 전 수석은 자신의 업무수첩에 적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문제'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일반적인 업무지시로 제 소관에 관한 업무를 챙겨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최 전 수석은 또 '의결권 문제'를 챙겨보라고 했던 박 대통령의 지시도 "전화로 받았던 것 같지만 전화로 받은 것인지, 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인지 확실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증언했다.
검찰측은 당시 정황상 '의결권 문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문제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최 전 수석은 "정황은 그렇지만,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피해갔다.
최 전 수석은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의 반대심문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의결권을 잘 챙겨보라는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변하면서도, "다른 것은 기억이 없고, 의결권 행사를 잘 챙겨보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만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진 변호인단의 "대화 전후 사정이나, 당시 주변 상황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화 전후 사정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이 "대통령의 일반적인 지시여서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인가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의결권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지만, 자신의 (고용복지수석의) 소관 업무에 대한 대통령의 일반적인 지시로 이해했고, 특별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챙겨보라고 이해하지 않았다는 진술이다.
최 전 수석은 이날 일관되게 의결권에 대한 지시는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는 부인함으로써 특별검사팀이 공소사실을 증명하는데는 불리한 증언을 내 놓았다.
한편, 검찰측은 이날 최 전 수석의 답변에 대해 "최 전 수석이 '의결권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말을 하기위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 전 수석이 진술 끝에 항상 '박 전 대통령의 의결권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이런 태도가 꼭 이 부회장측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려는 강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재판부 역시 최 전 수석에게 질문에 대한 답변만을 하도록 요구했다.
오전에 이어 오후 재판은 유상현 전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을 불러 증인심문을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