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헌재에서 현금영수증 미발급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금액의 50%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조세범처벌법 제15조 제1항에 대한 재차 합헌결정이 내려졌다.(2017.5.25. 2017헌바57)
이 조항에 대하여서는 이미 2015년 7월 30일 1차 합헌결정이 있었다. 이 번 사건은 2017년에 뒤늦게 헌법소원 사건이고 1차 결정은 2013년에서 2015년 사이에 제기된 여러 사건의 병합건이다.
같은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인만큼 재판의 속성상 2년이 지났다 하여 달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위 조항이 위헌이라고 본 소수의견 재판관이 3인인 점도 1차 합헌결정과 동일하다. 다만 그 사이에 소수의견을 냈던 재판관 1인이 퇴임하였고 후임 재판관이 같은 의견을 냈을 뿐이다.
다수의견은 위 조항은 고액 현금거래가 많아 소득탈루의 가능성이 높은 변호사업, 회계사업 등 사업서비스업, 병의원 등 보건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으로 한정되고, 현금영수증 발급대상은 거래금액이 30만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이므로, 고소득전문직 사업자 등의 탈세유인을 차단하려면 거래금액 50% 과태료가 탈세유인을 차단하고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상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고 긴요한 반면 제한받는 사익은 현금거래 시 별도의 수수료 부담 없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의무에 불과하므로 과잉금지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소득전문직 사업자의 위반에 대한 제재이므로 그 소득세 추징과는 별개로 50% 정액의 과태료를 부과하여도 이는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행 초기에는 법의 부지로 인하여 현금영수증이 아닌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행위에 대하여서도 법위반이라 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허다했다.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와는 상관이 없는 사안인데도 말이다. 과태료는 행정벌이다. 벌의 무게를 정하는 것은 각기 다른 여러 사정이 감안되어야 하는 것이 근본이다.
질서행위규제법도 과태료를 산정함에 있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50%라는 고액도 이례적이지만 불복으로 인한 재판에서 조차 아무런 재량을 허용하지 않는 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의 재차 합헌결정으로서도 위헌의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이다.
현금영수증은 세원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고소득전문직 사업자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재량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과태료는 입법적으로도 비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조세범처벌법 상의 다른 과태료 역시 그 상한을 정하고 구체적 의무위반 사유에 따라 그 액수를 세분화하고 있다.
당국은 당초 현금영수증 과태료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고 우선 고소득직종을 타깃으로 삼았을 뿐이다. 조세범처벌법 조항은 그대로 이지만 관련 세법조항이 개정됨으로써 2014년 7월 1일부터는 건 당 거래금액이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내려왔다. 대상업종도 계속 확대되어 2016년에는 가구 소매업, 전기용품 및 조명장치 소매업, 심지어 안경 소매업까지 추가되었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중고차 소매업, 운동경기용품 소매업 등 5개 업종이 추가된다. 이들 등록된 업체대상만 6만9천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전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항이어서 합헌이라는 논리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10만원이 고액현금거래라고 할 수 있는가? 일반 소매업자들에게도 소득세 추징 이외에 거래금액의 50%를 과태료로 일률적으로 부과한다면 가혹한 일이다.
당초 1차 결정 과정에서 숲은 보지 못하고 우선 보이는 나무만을 봄으로써 어려운 길을 걷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여 50%의 범위 내에서 각개의 사정에 따라 달리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여 입법목적이나 입법재량을 침해하는 것일까? 헌재는 근래 조세 관련입법에 대한 위헌통제 기능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