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빅4, 2분기 비정유 덕분에 살았다

비정유 이익 비중 절반 이상 끌어올려 '숨통'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 업계 2위로 약진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 등 빅4 정유사들이 2분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의 암초를 만나 4사 합계 영업이익이 9800억원에 그치며 전년도 같은 기간의 1/3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한 가운데 비정유 부문을 확대하는 체질 개선 작업이 효과를 발휘해 비정유 부문이 영업이익의 50% 내외를 차지하며 실적부진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S-OIL의 경우 정유 부문의 적자까지 만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 매출 비중에서 정유 부문이 70~80%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정유 부문의 약진이 더욱 눈에 띈다.

18일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유 4사의 2분기 연결기준 합계 매출액은 26조 2294억원, 영업이익은 9779억원, 순이익은 651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1.8%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5.7%, 63.6%씩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2조 8497억원 대비 34.32%, 전분기 2조 2774억원 대비 42.94% 수준에 불과하다. 순이익 역시 전년도 1조 7892억원의 36.39%, 전분기 2조 1126억원의 30.82% 수준이다.

정유 4사는 두바이유 기준 1분기 배럴당 50달러대에 달했던 국제유가가 6월 46.5달러까지 떨어져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서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1~2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 기간 유가가 떨어져 도입가와 판매가에 차액이 생기는 만큼 재고평가손실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빅4 가운데 2분기 실적이 가장 두드러진 회사는 현대오일뱅크였다. 현대오일뱅크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2%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지난해 2분기 업계 3위인 S-OIL과 1조 4000억원이던 매출 격차를 6000억원 수준으로 좁혀놓았다. 현대는 영업이익도 28.9% 줄어드는데 그쳐 가장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0조 5610억원, 영업이익 4212억원, 당기순이익 2921억원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 맏형답게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4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교해 매출이 2.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62.4%, 순이익은 53.3% 줄었다. 전분기에 비교했을 때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7.3%, 58.1%, 66%씩 감소한 실적이다.

상반기 누계 실적은 매출 21조 9481억원, 영업이익 1조 4255억원, 순이익 1조 1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반기 영업이익 비중이 정유 부문은 32.71%(4663억원)에 그친 반면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은 70.4%(1조 3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그동안 추진해온 체질 개선의 성과로 화학·윤활유 사업이 약진하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변동 위험성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GS칼텍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조 9457억원, 영업이익 2100억원, 순이익 13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2.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2.6%, 순이익은 71.1% 줄었다. 전분기에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4.5%, 64.1%, 76%씩 감소했다.

상반기 누계 매출액은 14조 2216억원, 영업이익은 7949억원, 순이익은 698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화학·윤활유 사업이 3812억원으로 47.9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전년 동기 38.38%에서 9.57%p 올라간 것이다.

GS칼텍스측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로 정유부문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윤활기유 스프레드 상승에 힘입어 윤활유 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S-OIL은 이익 규모면에서 4사 중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 회사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 6650억원, 영업이익 1173억원, 당기순이익 669억원으로 집계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1% 늘었으나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81.7%, 84.9% 줄었다. 전분기에 비교하면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10.3%, 64.8%, 83.0%씩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설비의 정기보수까지 겹쳐 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S-OIL측의 설명이다. 특히 정유 부문은 2분기 84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타격이 컸다.

S-OIL 역시 비정유 부문이 주력 사업의 부진을 상쇄해냈다. 상반기 누계 영업이익은 4507억원으로 이 가운데 비정유 부문이 4259억원을 거둬들였다. 큰 폭의 이익 감소 속에서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이 흑자를 유지하도록 이끈 셈이다.

정유 부문은 2분기 손실로 인해 상반기 매출 비중이 78.5%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비중은 5.5%까지 떨어졌다. S-OIL 관계자는 "정유 부문 적자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이라고 일축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매출 규모는 4사 중 가장 작았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GS칼텍스와 S-OIL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이 회사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 576억원, 영업이익 2295억원, 순이익 1567억원으로 집계해 공시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44.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8.9%, 순이익은 37.6% 줄어들었다. 전분기에 비교하면 매출은 5.3%, 영업이익은 35.3%, 순이익은 47% 각각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정유 사업 영업이익이 1305억원, 비정유 사업이 990억원이라고 밝혔다. 다른 정유사에 비해 유가하락에도 비교적 양호한 정유 부문 실적을 거둔 비결로 고도화된 정제 설비를 꼽았다.

이 회사의 고도화비율은 39.1%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고도화시설의 경우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로 휘발유를 뽑아낼 수 있어 일반 원유보다 값이 싼 벙커C유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오일뱅크측의 설명이다. 고도화설비는 2014년 다른 정유사들이 유가 폭락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때 현대오일뱅크 홀로 흑자를 내는데도 한몫했다.

비정유 부문 종속기업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이 상반기 순익 957억원을, 쉘과 합작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이 578억원을 거두는 등 종속기업들이 연이어 흑자를 기록했다.

정유사들은 일제히 하반기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측은 "하반기에 돌입하면서 유가 하락 추세가 진정됐고 석유제품의 견고한 수요가 유지되면서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유 부문이 다시 탄력을 받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91.1%)도 "주요 산유국의 감산합의 이행과 계절적 수요로 유가의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