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5일 "최악의 경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폐기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내며 정부를 향해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 여부를 참모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언론에서 한국에 한·미 FTA 폐기와 관련한 전문이 발송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다"며 "이것에 대해 민주당 뿐 아니라 미국의 핵심참모들도 우려를 하고 있고, 미국 제조업 협회 등에서 한·미 FTA 폐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에서 NAFTA(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는데, NAFTA의 폐기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한·미 FTA를 고리로 NAFTA에 대한 협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NAFTA 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제기하는 협상 전개 방식, 산업별로 주문하는 무역협정 요건 등을 한국과의 FTA 재협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의 기준을 NAFTA에 맞추겠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은 "북한 미사일과 핵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을 교착상태인 NAFTA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듯한 태도에 대해 실로 유감"이라고 표명했다.
與 "한·미 FTA 폐기시 우리나라 무역 흑자 더 늘어날 것"
홍 수석부의장은 FTA와 관련한 일부 연구보고서 자료를 인용하며, "한·미 FTA 폐기시 도리어 우리나라의 무역 흑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코 한·미 FTA가 일방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것도 아니고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은 통상절차와 경제적 관점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한다. 동맹은 동맹이고 한·미 FTA는 한·미 FTA다"라고 못박았다.
이훈 의원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에 따르면 한미 FTA 폐기시 양측 모두 수출은 감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의 감소폭이 더 커서 연간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2.6억불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한·미 FTA 폐기 시 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라 최고관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미국의 부담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됐다"고 덧붙였다.
한·미 FTA 폐기 시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최고관세율 적용 등으로 인해 한국보다 미국 측이 입는 손실이 더 크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통상절차를 거쳐 문제 해결에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이 의원은 "동맹은 동맹이고 경제는 경제라는 미국 측의 인식이 분명하다면 우리 역시 국익을 중심으로 한미 FTA 현안에 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정부는 한미 FTA 폐기도 고려한 대책을 세워야한다"면서 "국내기업들의 안정적인 해외시장 확보와 피해 최소화에도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지시 발언과 관련해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