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 논란은 영원한 숙제?" = 9년 만에 여야가 바뀌었지만 법인세 인상을 둘러싼 찬반 의견은 여전히 팽팽했다. 야당은 정부·여당의 법인세 인상 세법개정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은 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의 대안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20일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긴 법인세 인상 방안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법인세 인상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소득재분배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맞섰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상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세율을 올리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했다가, 정권 초기에 부자와 대기업 일부에만 세금을 더 거두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법인·소득세 인상의 정부안 그대로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이제 정치적 문제가 되어버렸다"며 "정치권에서 합의를 해서 해결해야 될 부분을 해결 못하고 공무원한테 넘기니, 숫자를 맞춰 얼기설기 짜놓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이 문제는 부총리한테 맡길 게 아니라 여당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부총리는 대화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 부총리가 정치권에서, 특히 청와대와 여당이 던진 숙제에서 맴돌다간 아무것도 하지 못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좋은 충고의 말씀이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됐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지구상에서 법인세 인상을 논하는 곳은 대한민국 뿐이다. OECD 국가 외에 홍콩, 대만, 싱가폴, 태국, 베트남 보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월등히 높다"며 "세계는 법인세 인하 경쟁 중이다. 국내를 봐도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모두가 법인세를 내렸다. 한번도 올린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법인세 인상 부담을 지는 기업이 129개 밖에 안된다고 말하는 부총리의 마인드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러니 핀셋증세, 표적증세라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에서는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2000억원 초과' 최고 과표구간을 신설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필요하다며 방어전에 나섰다. 정부는 법인세율을 인상할 경우 초대기업인 129개 기업만 이에 해당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에서는 법인세가 인상된다고 하지만 법인세는 노무현 정부 시절로 원상회복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은 2억원 초과였으며 세율도 25%였다"며 "오히려 이번에는 세율은 회복됐지만 최고 과표구간은 2000억원 초과로 축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전체 세수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세보다 높다며 "고소득 법인에 대한 증세를 통해서 조세부담률을 20% 이상 올려야 한다"며 "지난 정부 기간동안 소득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힘을 보탰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도 OECD 국가의 평균 조세부담률이 25%인 점을 거론하며 조세부담률 인상에 대해 생산적인 논의를 주문했지만 김 부총리는 "새 정부 출범 후 가능하면 국민부담을 많이 안 올리면서 세출 구조조정을 하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답변,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거 참, 난감하네" =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 축소, 장려금 수급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선을 그으면서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국감이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이뤄지면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면세자 비율 축소·장려금 지급기준 완화 '난색'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고 장려금의 지급기준을 완화하자는 의원들의 제안에 김 부총리는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소득세 면세자 비율 높은 것 알고 있나. 우리나라가 46.8% 정도 되는데,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며 "면세자 비율은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면세자 축소에 소극적인 이유가) 아무래도 국민들의 저항을 두려워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김 부총리는 면세자 비율 축소에는 공감하면서도"취약계층을 봐야하는 점도 있다"고 답변, 사실상 축소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본인이 발의한 일명 '국민당당법'을 거론하며 "총급여가 연 2000만원이 넘는 근로자가 월 1만원씩 연 12만원 정도 근로소득세를 내자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내용을 검토해보라"며 "중부담·중복지로 나아가기 위해선 세원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부총리는 "국회 논의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근로·자녀장려금의 최저지급액을 인상하고 수급액을 국세 체납에 충당하는 것을 전면 제한하는 한편 기초생활수급대상자도 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장려금을 받았지만 국세 체납이 있어서 체납액으로 충당한 가구가 2016년 9만8000가구, 금액으로는 201억원"이라며 "장려금 최저지급액의 한도를 마련하고 체납 충당을 제한하고 기초생활수급자의 신청 제한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기재부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근로장려금 최저지급액을 올리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올해 1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려서 (또) 바로 올리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 체납 충당은 30%로 한정하고 있어 이것도 없앨지에 대한 문제도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답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공백 해결?" = 무려 두달 가까이 통과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소세 인상안이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통과과정에서 조경태 기재위원장이 편파적인 의사진행을 한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이 있을 만큼 논란이 많았지만 과세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에 공감한 여야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의견을 모았다.
말 많던 아이코스 개소세 부과, 진통 끝 '통과'
이날 국감 중간 기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상안을 의결했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지난 8월 궐련형 전자담배에 1갑당 535원의 개소세를 부과하는 안을 통과시켜 기재위에 상정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지금까지 처리가 보류됐다. 하지만 일반담배와 비교했을 때 세금이 적게 부과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공백 상황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여야 의원들의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이날 관련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다만 법안처리 과정에서 개소세 인상분이 담뱃값에 반영되어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가 담뱃값 인상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부대의견으로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고 김 부총리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오히려 유승민 의원이 "정부가 행정지도를 하겠다는 것이냐"라거나 정병국 의원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발하면서 부대의견 삽입은 없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정부는 현재 한 갑당 4300원인 궐련형 전자담배 5000원으로 인상되지 않겠냐는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부총리는 "세금이 부과되어도 궐련형을 넘어가는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다국적 담배회사 전략을 봤을 때 그 이상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