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래 예탁원 사장 "일산센터 매각 비효율성 국토부와 협의"
한국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3700조원의 주식이 보관돼 있는 예탁원의 일산센터 매각을 두고 의원들의 집중 질타가 이어졌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은 수도권에 보유 중인 청사를 매각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특수목적이 있는 건물 매각을 강행하는 것은 수 백억원에 달하는 예산 낭비를 초래뿐이란 이유에서다.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16일 예탁원은 자산관리공사 공매시스템(온비드)에 23번째 일산센터 입찰공고를 냈다"며 "앞서 22차례나 유찰된 것은 건물의 특수성 때문인데 건물을 누군가 산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금고를 해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고와 전산센터에 보관 중인 자산과 데이터에 대한 관리계획이 세워질 때까지 최대 30개월간 예탁원에 사용을 허가해 줘야 한다는 조건도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 의원은 "예탁원은 감정가 대비 103억원이나 싼 506억원에 입찰공고를 했는데도 센터 건물이 안 팔리는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이병래 예탁원 사장에게 질문했다.
이에 이병래 사장은 "일산 사옥은 금고와 전산센터가 있는 특수시설이기 때문에 건물자체가 일반용도로 사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산센터 매각에 대한 어려움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우선 올해 말까지 매각시한을 6개월 늘렸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건물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청사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안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산센터를 팔았다 하더라도 동일 금고를 설치하는데 500억원이 소요된다던데 건물 팔아서 금고만 설치하고 말 것인가. 이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예산 낭비'이다"고 질타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식을 비롯한 채권 등의 실물을 보관하는 일산센터를 매각 후 또 새롭게 만드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이용자인 상장기업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이용자 불편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학영 의원도 "예탁원이 예상낭비에도 정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도움을 요청하라. 국회 차원에서 도울 수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예탁원이 해외주식 결제수수료를 인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 했지만 정작 거래규모가 많은 미국, 중국 등의 국가들은 쏙 빠져 있어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공공의 목적 책임이 있는 예탁원이 거래규모가 전무한 국가들의 수수료를 인하하고서 수수료를 인하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산수를 가지고 얄팍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병래 예탁원 사장은 "고객들의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유념하고 수수료 관련 사항을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2014년 11월 본사를 부산으로 옮긴 예탁원의 지역인채 채용률이 부산이전 전체 공공기관 평균 지역인재 채용률에 비해 저조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11개 부산 이전 공공기관의 평균 지역인재 채용률은 26%였다"며 "같은 기간 예탁결제원은 13.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기관과 정부·지자체 주도로 현실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공공기관들이 실질적인 지역안착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자유한국당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한 데 대해 공영방송 장악이라며 국정감사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