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범에 처벌이 약하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5년 동안의 검찰에서다룬 조세형사범(조세범처벌법 위반, 특가법 위반)에 대한 처분결과와 법원의 재판결과를 분석한 자료이다. 기소율은 5명 중 1명, 유죄판결을 받은 10명중 8명가량이 집행유예나 재산형이 선고되었다는 것이다. 기소된 사람 1만3548명중 49.1%가 불구속 기소, 45.3%가 약식재판, 구속기소는 5.7%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조세형사범의 경우 전체 형사범 대배 재산형 비중이 높고 자유형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실형보다는 집행유예가 많다는 것이다. 결국 조세범죄에 대한 기소율 및 형사처벌 수준은 전체 형사범보다 낮은 편이므로 국가 과세권을 침해하고 조세형평에 대한 국민 법감정을 훼손시키는 중대한 형사범이므로 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기소를 강화하고 구속을 넓히고 양형을 엄하게 하면 형평에도 맞고 조세범죄가 줄어들게 될까? 조세범처벌법은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포탈세액의 2내 이하의 벌금을,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등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포탈세액의 3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정상이 나쁘면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포탈세액이 연간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연간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되 그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반드시 병과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에서 정한 법정형 중 벌금형의 최고액은 단체, 다중이 하는 강요죄 등에 규정된 5,000만 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법률가도 많지 않다.
그렇지만 조세포탈범은 수 십, 수 백 억대의 엄청난 액수의 벌금이 병과된다. 황제노역이 논란된 것도 모두 조세범죄다. 조세포탈범에 대하여 징역형에 다시 포탈세액의 2배 이상의 벌금형을 재량 없이 반드시 병과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비추어 과도한 처벌이다.
조세포탈범은 형사처벌 이외에 금전적으로 포탈세액은 물론 그에 40%의 중가산세까지 물게 되는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납세자가 어떤 생업을 택할 것이지는 그 선택이지만 봉급생활자는 조세포탈의 위험이 없다. 그 대상은 주로 사업자이다. 사업주를 조세포탈로 구속하고 나면 수많은 근로자의 생활의 터전인 그 사업체는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가? 불구속 원칙이 맞다.
또 한 가지, 우리 조세범처벌법에서 조세포탈의 요건인 사기 그밖에 부정한 방법은 그 유형이 광범하다. 조세범으로 고발되지 않고 추징으로 끝내는 많은 사건의 경우 조세포탈의 요건을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는 고발되어 형사처벌을 받고 누구는 추징 혹은 통고처분으로 종결되는가? 굉장히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연혁적으로도 조세포탈은 재산형에 중점이 두어졌다. 조세포탈에 대한 단죄에 있어 우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가벼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국민의 납세의식이 철저하지 못하고, 후진적 기업관행이 남아있으며, 제도가 온전치 못한 실정에서 걸려 든 납세자만 엄하게 처벌한다고 개선될까? 아직 국민의 아까운 세금을 까닭 없이 낭비해 국고를 축내는 공직자에 대한 처벌 수단은 미미하다. 조세범죄와 무엇이 다른가? 조세범죄에 대한 추이와 그에 대한 연구는 의미가 있지만 그 통계 수치만으로 솜방망이 처벌이냐 쇠방망이 처벌이냐를 재단할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