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상 '경고'조치는 중과실 Ⅳ단계 징계로 분식회계에 있어 '고의성'이 없다고 인정됐을 때 내리는 가벼운 수준의 징계다.
특히 대한항공에 대한 이같은 징계수위는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제도 적용이 2년간 유예된 이후 첫 고해성사에 대한 것으로 앞으로 집단소송제도 대상 기업들이 과거 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증권선물위원회는 11일 제7차 정례회의를 열고 16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확인된 대한항공에 대해 '경고'와 2006회계연도에 대한 감사인 지정 조치키로 의결했다.
또 당시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징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증선위원들이 대한항공 분식회계에는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과거 분식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수정했기 때문에 지난 3월 마련한 실무지침에 따라 징계수위를 중과실 Ⅱ단계에서 중과실Ⅳ단계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중과실Ⅱ단계의 경우 과징금 또는 유가증권발행제한 6월, 감사인 지정 2년, 담당임원 해임권고 등의 징계가 내려진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경우 과거분식을 스스로 수정한 것이 인정돼 징계수위가 두 단계 낮춰졌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증선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02회계연도와 2003회계연도 대차대조표상 미착품(해외에서 물건을 주문했으나 도착하지 않은 물품)을 각각 939억7200만원, 784억9900만원 과대계상하고, 항공기재 등을 각각 60억5000만원, 63억8400만원 과소계상했다. 미착품은 해외에서 물건을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이에 따라 2002회계연도와 2003회계연도에 이익잉여금을 각각 879억2200만원, 721억1500만원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할 경우 대한항공의 2002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4823억5000만원이 아닌 4907억6900만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자기자본은 3조5320억400만원에서 3조4440억8200만원으로 줄어든다. 2003회계연도의 당기순이익은 2411억1500만원 적자에서 2253억800만원 적자로 적자폭이 줄어들여, 자기자본은 3조3562억7800만원에서 3조2841억6300만원으로 감소한다.
대한항공은 금융감독당국의 감리가 진행되고 있던 중인 지난달 21일 이같은 분식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처벌수위를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편 증권선물위원회는 감리대상회사가 위법한 행위를 할 때에는 법령위반 내용 중요성, 고의성의 유무 및 과실의 정도 등을 고려해 3년 이내 감사인 지정,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권고, 과징금 또는 유가증권발행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