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숙원 사업인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공무원 증원 문제를 놓고 여야의 여론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정감사 이후 치러지는 예산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포문은 자유한국당이 먼저 열었다.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지난 7월 국회 예산정책처에 분석·의뢰한 결과 9급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 채용하면 30년간 총 327조7847억원의 인건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달 29일 예산처에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증원 등 4대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국가 채무가 3400조원이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예산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국회 예산처를 활용해 공무원 채용에 따른 재정부담을 강조하며 선제적인 여론전을 편 것이다.
그러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인용한 국회 예산처 자료는 "(의원)입맛에 맞춰 작성된 것으로 엉터리 추계"라며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윤후덕 의원은 2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 예산처 이름으로 잘못 보도된 황당 추계는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자료에 적용된)기준치가 된 가정치는 잘못된 가정치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자료에서는 공무원 17만4000명)모두 퇴직할 때 다 5급으로 진급하고 퇴직하는 것으로 가정돼있는데, 올해 퇴직하는 공무원 중 5급까지 승진한 비율은 28%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또 재직기간을 30년으로 가정한 것에 대해 "지난해 퇴직자 3만8398명 중 30년을 재직한 비율은 55%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또 윤 의원은 "최근 10년간 공무원의 보수인상률은 2.58%다. 그런데 이 자료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3.73%로 설정해 분석했다"면서 "과장된 반영치를 두고 계산을 한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실제로 한국당이 예산처에 의뢰한 가정치는 정부가 채용한 공무원 17만4000명 모두 30년 후 5급 공무원으로 퇴직한다고 추산했다. 보수 상승률은 지난 17년간 공무원 평균 보수 인상률을 적용했다.
이어 윤 의원은 "현재 예산처는 조사·분석등의 요구에 관한 업무 처리 규정에 따라 국회의원이 분석을 의뢰하면 그에 맞춰 분석을 한다"면서 "결국 일부 의원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가정치를 제시해 추계를 산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당은 잘못된 정보로 인한 국민적 혼란을 방지하고자 예산처 추계분석 업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국회의장에게 관련 방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