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부터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전(현지시간) 자카르타 시내 리츠 칼튼 호텔에서 열린 '한·인니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격상하는 경제협력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겠다”며 '신남방정책' 구상과 인도네시아와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향을 설명했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에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협회 등 총 87개 기업·기관이 참석했으며, 인도네시아도 100여개 기업 또는 기관이 참석해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과 '경제협력 구상'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2억6천만명 추산)이며, 최근 경제성장이 가장 활발한 신흥시장이다. 또한 아세안 역내 무관세화(2018년)에 따라 전략적 투자처로서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출발점, 인도네시아와 경제협력 강화
문대통령은 금번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 “한국으로서는 아세안이 규모 면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2번째 교역대상 국가다"면서 “한해 약 6백만 명의 우리 국민이 이 지역을 방문하고 있을 정도로 아세안은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다"고 말했다.
이어 문대통령은 “6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아세안이 세계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경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5%, 6% 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다”면서 “아세안은 이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세계 4위의 국가이고, 그 인구에 걸맞는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면서 “아세안 내 경제비중이 높고, 앞으로 세계경제에서의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인도네시아에 미리 공을 더 들여서 잘 보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대통령은 “그러나 양국 대통령과 양국 정부가 의지를 가지더라도 결국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되는 주체들은 바로 양국 경제인과 기업인이다”고 말하면서 “한국 기업인들은 인도네시아에 더 활발하게 진출해 주고, 인도네시아 기업인들도 한국과 협력해서 양국 간 협력관계 발전은 물론 더 많은 투자를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인니 상생협력 확대를 위한 6개 방향 제안
문대통령은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상호 경제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더불어 잘사는 협력모델'을 만들어 갈 것과 이를 위한 '6대 협력방향' 즉 「경제협력의 틀 복원」, 「협력분야 다각화」, 「기간산업 협력 강화」, 「사람 중심 협력 확대」, 「중소·중견기업 협력사업 강화」, 「교역구조 전환」을 제안했다.
첫째, 경제협력의 틀을 복원은 한·인니경제협력위원회 등 장관급 경제협의체를 발전적으로 재편하고, 정상회담시 양국 정부간 '산업협력MOU', '보건협력MOU', '교통협력MOU' 체결하여 민간 경제협력을 지원한다는 의미다.
둘째, 제조업과 자원개발 중심의 협력에서 4차 산업혁명, 방위산업, 환경산업, ICT 등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한다는 협력분야 다각화다.
셋째, 기간산업 협력 강화를 위해 자동차, 철강‧화학 분야 등 기간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특히 양국 정부가 자동차 분야 교역·투자협력 확대를 위해 협의를 의미한다.
넷째, 사람중심 협력 관점에서 전력공급, 서민주택 보급, 상하수도 시설 및 경전철 등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사람중심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관점이다.
다섯째, 중소·중견기업이 주체가 되는 협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사업의 예산과 인력을 확대하고 동관 간소화 협정 체결을 통해 양국 중소기업의 무역비용 절감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화석연료와 기초 원자재 중심의 교역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기계, 소재·부품, 소비재, 친환경 상품 등의 교역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양국간 교역액을 2022년까지 300억불로 확대해 나가자는 교역구조 전환을 제안했다.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도 밝혀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격상하는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교역 중심의 한-아세안 관계를 기술과 문화예술, 인적교류로 확대하고, 교통, 에너지, 수자원 관리, 정보통신 등 아세안 국가가 필요한 부분부터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사람(people) 공동체', 안보 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peace) 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협력(Prosperity)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의미를 “양국은 그간 다소 침체되었던 경제협력의 활력을 되찾고, 교역과 투자를 다시 확대하기 위한 모멘텀을 만든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양국에서 IT, 기간산업, 에너지, 소비재,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석하여 상호 비즈니스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특히 문 대통령이 자동차, 경전철, 신도시, 5G, 에너지자립섬 등 한-인니 경제협력의 새로운 분야를 제시하고, 이러한 분야의 양국기업·기관들이 라운드테이블과 포럼을 통해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미래 지향적 경제협력 관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양국 기업들은 백운규 산업통상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임석 하에 산업 및 건설 분야 MOU 11건과 협약 3건을 체결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