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세청이 자영업자들의 소득금액을 추계할 때 사용하는 단순경비율(기준경비율) 제도는 업종별 비용구조가 아닌 경기상황에 따른 경비율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업종간 차별적인 소득세 제도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조세연구원이 매달 발간하는 재정포럼 5월호에 기고한 '소득세 부담과 자영업자 규모 변화' 라는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지적을 내놨다.
단순경비율(기준경비율)제도란 장부를 기장하지 않고 소득금액을 신고할 경우 일정규모 미만 사업자(단순경비율 적용)에 대해 정부가 정한 일정한 경비율에 의해 소득금액을 계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전 연구위원은 "우리 나라의 경우 자영업자 소득파악에 어려움이 있어 이들에 대한 과세를 매출액 대비 일정비율에 기준하고 있다" 며 "그러나 매입비용, 인건비 등 실제 비용구조와 다른 경비율을 적용할 경우 산업간 노동공급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제조업과 도소매업의 경우 소득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함에 따라 소득세 부담을 낮춰 이 분야 자영업자의 유출을 억제한 반면 보건업 등의 경우 소득률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해 소득세 부담을 높여 자영업자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
그는 "이 같은 소득률의 조정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노동균형을 왜곡해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행 단순경비율 조정은 개별 사업체의 비용구조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경기지표 등을 이용해 업종별 호·불황 여부를 판단해 경비율을 조정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실제 비용구조(매입비용, 임차료, 인건비 등)와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또한 매입비용 등 주요 경비는 증빙서류에 의거하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 경비율을 적용하는 기준경비율 제도의 경우에도 재무제표 분석이나 표본조사를 통해 경비율을 조정하고 있으나 단순경비율과 유사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무제표 분석이나 표본조사를 이용하는 경우 이를 통해 실제와 유사한 비용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는 가정이 전제돼야 하지만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한 중소 자영업자의 경우 이 방법을 쓰더라도 소득파악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전 연구위원의 설명.
그는 "기준경비율 제도의 경우 고용 근로자 중 가족에 대한 과다임금 지출을 통한 조세회피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점도 문제" 라며 "이에 따라 현재 운용중인 단순·기준경비율 제도는 비용구조 파악의 한계가 있어 업종별 자영자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전 연구위원은 "앞으로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세 정책은 기장에 의한 소득신고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며 "동시에 단순경비율 등의 조정은 경기상황에 따른 방식보다는 산업별 비용구조에 수렴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