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스템, 계파간 동수원칙 배제…성과주의 시스템 도입"
"채용비리 사태수습·조직안정에 중점"
"2020년 대한민국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육성"
우리은행장으로 한일은행 출신인 손태승 글로벌부문장이 내정됨에 따라 그룹 내 조직 추스르기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행장의 갑작스런 퇴임으로 새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채용비리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바로 잡고 경영정상화의 길로 이끄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는 손 부문장과 최병길 삼표시멘트 대표를 대상으로 2차 면접을 진행했다. 임추위는 손 부문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이사회에 단독 추천했으며, 이사회에서는 은행장 후보로 확정했다.
임추위는 "손태승 내정자가 갑작스럽게 은행장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게 된 상황에서도 합리적이고 침착하게 조직을 이끌어 나간 점이 눈에 띄었다"며 "안정적으로 은행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부문에서의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은행의 미래 수익원을 창출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 내정자는 임기 내 최우선으로 조직갈등을 해결하는데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손 내정자는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행장으로 내정된 주요 원인이 모든 직원으로부터 신망받고 있는 사람이란 점"이라며 "단언컨대 포용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임기 내 조직 내 갈등을 최소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어진 채용비리 사태 수습과 관련해선 "채용비리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채용 과정의 상당부분을 외부에 아웃소싱하고 외부전문가들을 적절히 활용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채용과정에서 해당 임직원의 청탁 비리가 드러날 경우 바로 직위해제하거나 퇴출시키는 제도(원 스트라이크 아웃)를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그간 계속 불거져왔던 한일-상업은행 간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지도 손 내정자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손 내정자는 이종휘 은행장 이후 6년 만에 한일은행 출신 행장이 됐다. 지금까지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가며 은행장을 맡아 왔다.
그러나 2011년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현 저축은행중앙회장이 행장에 오른 후 다음 행장에 상업은행 출신인 이광구 행장이 오르면서 두 은행 출신 간의 계파갈등이 부각됐다.
이번 채용비리 의혹 제보도 한일은행 출신의 내부고발일 것이란 설이 나돌았다. 여기에 임원인사때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동수원칙이 적용되어 왔다.
손 내정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한지 20년 가까이 됐음에도 출신 은행은 엄연히 있어 부정할 수는 없다"며 "계파 갈등이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심각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과 능력에 따른 인사를 하면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임원승진에서 불문율로 여겨지던 한일-상업 출신을 같은 비율로 승진시키는 '동수원칙'부터 없애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동수원칙을 지키는 것보단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손 내정자는 "임원과 직원 인사를 조속히 실시해 조직을 안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내부에서는 손 내정자 선정 소식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내정자는 노조에서도 지지한 후보자였고, 지금까지 같이 일한 직원들에게도 출신은행을 전혀 따지지 않았다"며 "오직 능력만으로 사람을 본다"고 평가했다.
우리은행이 핵심과제로 추진 중이던 정부(예금보험공사) 지분 추가 매각이라는 큰 숙제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새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도 예보가 우리은행의 지분 18.52%를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개입여부가 큰 관심사이기도 했다.
다만 손 내정자는 예보가 보유한 잔여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잔여지분 매각은 정부와 예보가 매각의 주체이기 때문에 향후 논의가 진행되는 대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손 내정자는 앞서 임추위에서 "고객이 만족하는 은행, 주주에게 보답하는 은행, 시장에서 신뢰받는 은행, 직원이 자부심을 갖는 은행을 만들어 2020년에는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 등의 비은행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단계적인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손 내정자는 국내외 사업부문에 내실화도 다지기로 했다.
그는 "국내 부문은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기업 대출 등 균형성장을 추진과 함께 건전성 관리를 통해 내실경영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부문은 리스크관리시스템을 보강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손 내정자는 오는 12월 22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제51대 우리은행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임기는 3년이다.
손 내정자는 1959년 광주 출생으로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를 졸업했다.
지난 198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전략기획부장, 우리금융지주 상무, 관악동작영업본부장, 자금시장사업단 상무를 거쳤다. 2014년에는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집행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2015년엔 글로벌 부문을 총괄하는 그룹장에 올랐다.
지난 11월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사퇴를 발표한 뒤에는 현재 선임 부문장으로서 은행장 업무를 대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