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예산 정국은 일단락됐지만 여야는 6일 협의 과정 등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향후 입법 정국에서의 험로를 예고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새벽 본회의에서 처리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일부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저성장 및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시드머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본회의장에서 한국당이 항의성 발언 등을 한 것과 관련해 "(한국당은)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는 등 동물 국회로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당리당략을 생각하느라 민생을 걷어찬 한국당은 깊히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추 대표는 "한편으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예산은)우리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드머니가 될 것"이라면서 "국회는 예산이 투명하고 민생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어렵사리 마련한 예산이 민생회복에 작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민생법안의 조속한 협의·처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본회의 표결 처리에 불참했던 한국당은 국민의당을 향한 불쾌감을 과감없이 드러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국민의당을 '위장 야당'으로 칭하면서 예산안 과정은 뒷거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국민의당을 겨냥하며 "차라리 합당하라"고 맹폭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당은 위장 야당으로 막판에 가서 언제나 뒷거래로 여당 행세를 할 바에는 차라리 합당을 하고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는 것이 옳다"고 힐난했다.
한국당과 달리 정부·여당 예산안에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던 국민의당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잘못된 정책에 면죄부를 준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 일찌감치 반대표를 던질 것을 공식화한 바른정당과의 연대·통합을 추진하는 국민의당은 일각에서 정책 연대가 엇박자가 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잠식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당이)예산안 처리를 해준 것은 법정 시한을 넘긴 상태에서 국정운영과 나라 살림에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대승적 판단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 처리가)진통을 거듭한 것은 예산안 자체가 태생적으로 문제투성이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홍 대표의 위장 야당 발언에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을 위장 여당 운운하는 것은 그리웠던 과거 양당 기득권 정치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옛날식 정치',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응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