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마치고 나온 미소에게 <고생했다. 마음이 정리되면 어떻게 살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얘기 좀 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미소는 "알겠습니다. 이번에도 너무 크게 도와주셔서 하늘만큼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고 답했다.
미소는 방여사와 공총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 다음 우리들에게 큰 절을 했다. 커피는 방여사가 내렸다. 코나는 특히 조화로운 기운이 강했다.
미소가 커피를 마시면서 "어머니가 커피를 참 좋아하셨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더니 "효도를 제대로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를 좋아하셨으면 하반기에 태어나셨겠구나.>
"예, 子월 계묘일, 무오시로 알고 있습니다."
순간 공총장은 나를 쳐다봤고 방여사는 깨닫지 못한 듯 했다.
<어머니의 망사주가 너무 훌륭해서 미소와 좋은 인연으로 연결 됐으면 하는데...>
미소 어머니의 망사주는 병신년, 무술월, 경진일 갑신시로 천하대부지명 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자리 잡느냐에 따라 세계제일갑부의 대열에 합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미소는 어머니의 망사주가 재벌급이라는 말에 순간 표정이 밝아지는듯 하더니 이내 침울해졌다. 그러고는 어머니의 일생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강원도 정선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할머니를 잃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광부였는데 폐병을 앓게 되어 드러눕게 됐습니다. 할아버지는 잘 생기고 건강하셨었는데 중학교만 겨우 마쳤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뒷바라지에 꽤나 고생했는데 마침 약방 아주머니와 할아버지가 눈이 맞아 결혼을 했답니다. 약방 아주머니는 아주 못생겼고 그래서 노처녀로 늙어 가다가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했고 아들만 둘을 낳았답니다. 그 아들 둘이 상가에 있던 외삼촌들이었습니다. 식모처럼 빨래하고 밥이나 하며 갓난애들 둘 보는 일에 지친 어머니는 무작정 가출하여 서울로 왔답니다. 서울로 온 어머니는 전봇대에 붙은 『식모구함 월급 많이 줌』 광고를 보고 입주 도우미로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그곳은 유명한 요정이었답니다. 식모로 들어가서 요정마담까지 됐으니 어찌보면 출세?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곳에서 요정 아가씨 생활을 하던 중 돈 많은 권세가를 만나 숨겨진 여은으로 지내게 됐고 저를 가졌다고 합니다. 남자는 애를 낳지 말 것을 엄명했고 어머니는 기를 쓰고 낳겠다고 우겨 많이 싸운 끝에 헤어졌다고 했습니다."
"모녀가 엄청 고생했겠구나, 이젠 훌훌털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방여사의 말에 미소는 눈물을 글썽이며 "여사님과 선생님, 총장님을 만난 행운을 오래 간직하겠습니다." 하고 다시 한번 절을 했다.
<방여사, 겨울생 계수 일주가 무오시를 만나면 결혼했어도 안한 것과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내 말을 이해하시겠지요? 후손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잘 낳는 수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 75편에 계속
한정희 명리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