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국민의당 내 갈등이 되돌아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당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신당 창당 또는 여권쪽으로의 흡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손학규 상임고문의 역할론도 주목되고 있다.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를 대표하는 의원들은 26일 곳곳에서 여론전을 펴며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상대 진영을 향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제3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연 확장은 필수"라면서 "3지대는 힘을 합쳐서 선거를 치러야 거대 양당과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통합하지 않으면 바른정당 의원들 중 절반 이상이 자유한국당으로 가게 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민의당 의원들 빼가기가 진행돼 국민의당 소멸은 더 빨리 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정체성·노선 차이를 두고 '혈액형이 다르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혈액형이 같은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통합 찬성파인 한 의원은 조세일보 기자와 만나 "여당으로 가고 싶어하는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겨냥하면서 "의원들 사이에도 지향하는 바가 너무 다르고 구심점이 없어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어 통합을 안하면 국민의당은 산산조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 당원 대부분은 친(親)안으로 알고 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는 전(全)당원 투표는 찬성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날 통합과 관련한 전당원 투표를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던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며 반대 공세를 폈다.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과 당원 모임인 '나쁜투표거부운동본부'는 "국민의당 의원 3분의 2 이상이 합당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전당원 투표는 한 마디로 쓸데없는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정배 박지원 정동영 유성엽 장병완 박준영 최경환 박주현 장정숙 등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고 전당원 투표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과 별개로 통합 저지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유성엽 의원은 "국민의당은 100%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안철수 대표의 회사가 아니다"고 전제하고 "최소 득표율 없이 (투표를)진행하는 것도 비겁하다. 33.3%에 미달하면 안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장병완 의원도 "안 대표는 당내 화합도 못 이루면서 독단적 결정으로 마치 본인은 회사의 창립자고 국회의원과 당원은 직원이라는 재벌 총수와 다름없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최근 귀국한 손학규 상임고문이 기로에 선 국민의당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당 내 통합 찬반 진영은 '서로 자신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며 온도차를 보였다.
박지원 전 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손 고문도 보수대연합에 반대하고 중도개혁통합을 찬성하고 있다"고 했고 천정배 전 대표는 "(손 고문이)역사적 퇴행의 길에 함께하지 않고 반역사적인 합당을 저지하는 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손 고문은)출국하시기 전에도 바른정당 의원들하고 상당수 만났다"면서 "또 귀국하자마자 중도통합을 말씀하셨다.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실 것"이라고 응수했다. 통합 찬성파인 한 의원은 "손 고문은 우리와 노선이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