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3지정감사제 실시 발판 삼아, 매출 반등 가능성 제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신규 감사업무 1년 정지의 징계를 받았던 딜로이트안진이 새해부터는 신규 감사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 있게 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4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금융위원회 의결일로부터 1년간 2017 회계연도에 대한 신규 감사업무 금지 조치를 내린바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신규 감사업무 징계는 오는 4월 초까지 계속되지만 감사업무 금지 대상을 2017 회계연도로 한정했기 때문에 2018 회계연도부터 신규 감사업무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며 안진의 영업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이와 관련 “1~2년 내에 회계시장에서 원래의 위치와 명성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회계감사부문에서는 품질 우선을 기조로 최근의 외부감사제도 변경 등 새로운 시장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세무자문 및 재무자문, 리스크 자문 등 비감사부문에서는 과감한 성장 지향적 마인드 셋으로 무장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성장전략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이 지난해 감사분야에서만 전체 매출액의 약 10%인 300억원 가량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 외부감사는 기업들과 3년 계약을 체결하는데, 딜로이트안진이 이 중 1년간 신규 계약이 중단됨에 따라 2016 회계연도 기준 외감법 대상 감사기업 매출 904억 중 3분의 1인 300억원 가량의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회계감사부문에서 3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나, 비감사 부문에서는 예년의 매출 수준을 달성했다”며 “새로운 서비스 개발 및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회계감사부문에서 상실한 시장점유율을 보완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라고 밝혔다.
반면, 딜로이트안진의 영업정지로 삼일·삼정·한영회계법인은 상당한 반사 이익을 거둔 모습이다.
삼일은 안진에게서 현대건설, LG유플러스, 삼성카드 등을, 삼정회계법인은 엔씨소프트, 한화케미칼, 미래에셋대우 등을 한영회계법인은 기아차, 두산, 포스코건설 등의 고객을 유치해갔다.
특히 한영회계법인은 기아차, 두산, 현대위아, 포스코건설, 한진KAL 등 굴지의 대기업 들을 유치해 삼일·삼정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한영의 경우 최근 매년 10%선의 매출이 늘어왔는데 안진 효과가 더해져 성장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선 2017년 4월부터 2018년 3월 회계연도의 4대 회계법인 사업보고서가 발표될 경우 대형회계법인의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2017년 3월말 결산 실적에서 안진 효과로 지각변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결산 결과 4대 회계법인의 매출은 삼일이 5040억원으로 선두였고 이어 삼정 3190억원, 안진 3090억원, 한영 2164억원 순을 보였다. 이때 전년도까지 업계 2위였던 안진이 삼정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때문에 올해 3월 결산에서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간 매출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지, 4위 EY한영이 3위 딜로이트안진 매출액을 얼마나 추격할 지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일, 삼정, 안진, 한영 순의 매출액 순위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진이 지난해 감사분야에서 300억 가량의 매출 타격이 예상되지만, 2016 회계연도까지 3위 안진과 4위 한영간의 매출액 차이는 926억원으로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사분야 매출만 한정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의 감사분야 매출(외감법이외 법정감사, 임의감사 포함)은 2016회계연도 기준 1118억원으로 EY한영의 762억원보다 356억원 앞섰다.
안진의 업무 정지로 지난해 외감법 대상 감사 매출이 300억 가량 줄어든다고 가정하고, 그 감소액 상당수를 EY한영이 가져갔다면 감사분야만큼은 EY한영이 딜로이트안진을 추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딜로이트안진은 새해부터 업무정지에서 사실상 해소되면서 빼앗긴 감사 고객을 다시 찾아오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타격을 입었던 감사분야 매출의 완전한 회복은 빨라도 2019년까지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보통 3년마다 기업과 신규 감사계약을 맺는데,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3년 계약이 종료된 상당수 기업들을 경쟁 회계법인에게 빼앗겼고, 감사계약이 계속되는 향후 2년간은 지난해 빼앗긴 기업들을 다시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3년 계약이 만료돼 지난해 빼앗긴 기업들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는 2020년에는 외감법 개정에 따른 '6+3지정감사제'가 전면 실시된다. 감사인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지정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딜로이트안진이 지난해 빼앗긴 피감사 기업들을 온전히 되찾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신규 상장사 감사 계약이 전무한 상태라, 2020년에는 3년 계약이 종료되는 피감사인 기업이 없어, 감사인 지정을 받더라도 신규 감사 고객만 있고 잃어버리는 고객은 없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의 매출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반면, 삼일·삼정·한영 등 다른 회계법인은 2020년에 6년간 자유수임 계약이 만료되는 기업들을 다른 회계법인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이) 안진에게 불리하지 않다”며 “지정감사는 매년 회계법인별 벌점 등을 기준으로 평가, 감사기업을 지정하기 때문에 안진은 현재 및 향후에 품질관리를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