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조세심판원을 둘러싼 '전문성' 시비가 또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연간 1만건에 육박하는 조세불복 사건을 심리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상임심판관(고위공무원) 자리에 세금 분야 근무경력이 턱없이 부족한 '비전문가' 선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심판원 안팎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관측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30일 국무총리실과 조세심판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상임심판관에 임명된 신봉일 심판관(제3심판부)이 퇴직연한에 임박, 최근 공로연수 차원에서 본부대기 발령이 내려지면서 6개 상임심판관 자리 중 1자리가 공석이 됐다.
심판원 상임심판관 인선권한을 가진 국무총리실은 후속 인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신 심판관의 뒤를 이을 인물로 거론되는 인물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인물은 현재 국무총리실 핵심 직위에 근무하고 있든 A국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꼼수'로 채운 자격기준, 전문성 시비 도화선
심판원 상임심판관 자리는 법(세법)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자격요건('4급 이상으로 조세관련 사무에 3년 이상 근무')을 채워야 수행할 수 있다. 법으로 자격기준을 둔 이유는 조세라는 분야가 가진 독특한 특성, 즉 전문성이 없이는 제대로 된 납세자권리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판원이 지방세 심판업무를 합쳐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확대 개편된 이후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아지면서 전문성 시비에 수 차례 휩싸였다. '꼼수'로 자격기준을 채운 총리실 출신 인사가 전문성이라는 무기 없이 낙하산 형태로 상임심판관에 내려오는 일이 종종 빚어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심화석 현 조세심판원장(당시 총리실 사회복지정책관)이 상임심판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심 원장이 당시 이력서에 채운 조세분야 행정사무 경력은 관세청 감사관(3년) 경력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방세 사건을 담당하는 B국장도 지난 2015년 상임심판관으로 임명될 당시 지방세 행정사무와는 전혀 무관한 도로명 주소 변경 사업을 수행한 부분을 어거지로(?) 조세경력에 포함, 전문성 시비의 희생양이 됐다.
A국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는 지난 2013년 10월 관세청 감사관에 임명, 3년 동안 근무한 뒤 지난 2016년 12월 총리실로 복귀한 인물이다. 표면적으로 세법이 정하고 있는 상임심판관 자격기준은 충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인선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관세청 감사관은 소속기관과 산하단체에 대한 감사, 청렴·공직윤리 업무 등을 주로 수행하기에 조세분야 경력으로 인정하기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법상 자격요건을 간신히 채우는 '꼼수'를 바탕으로 낙하산 인사가 잊을만하면 이어지다보니 심판원 안팎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형편이다.
조세심판 결정은 6명의 상임심판관과 30명의 비상임심판관의 합의제로 운영된다. 심판관 회의에선 상임심판관 두 명과 비상임심판관 두 명이 다수결로 납세자 승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 같이 상임심판관은 납세자 구제 여부를 결정짓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은 기본인데도 이를 일반 관리직과 동일선상에서 본다면 '납세자 권익 보호'라는 조세심판원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관세청 감사관이 무슨 세법을 알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앙부처 한 관계자는 "현 정부의 인사 스타일이 능력 중심위주로 뽑고 있는데, 자격 요건이 된다고 해서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는 인사를 앉혀 시비거리를 만드는 것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