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조정-정치권 반발 조정이 최대 관건
지난해 10월 정부가 제출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안' 에는 눈에 띄는 제도 개선안이 포함돼 있다.
'조세감면비율한도제' 가 바로 그 것. 재경부는 그동안 불필요하게 남발해 온 조세감면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조세감면비율을 정해 조세지출을 일정 수준에서 묶어 놓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
재경부는 또 최근 조세개혁특위와 조세개혁실무기획단을 구성하고 정부의 '넓은 세원, 낮은 세율' 기조에 맞게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과세특례 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조세체계를 왜곡시키는 '주범' 들인 비과세·감면제도(조세감면)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불요불급한 조세감면제도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정작 정부는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 각 제도에 얽힌 이해조정, 경기상황에 따른 조세감면 요청 증가 등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 조세감면비율 한도제 도입‥'세수 누출' 막는다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해를 거듭할 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조세감면을 통한 세수 누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조세감면비율 한도제' 이다.
이 제도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안 내에 명시돼 있다. 정부의 방침은 현재 뚜렷한 원칙 없이 이해관계에 휩쓸려 이뤄지는 조세감면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세금감면 비율을 일정비율 이하로 유지토록 법제화한다는 것.
현재 정부는 국가재정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과거 3년 평균 감면비율의 ±1∼2% 내외에서 감면비율 한도를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국회 의원들이 조세감면 수반 법률안을 제출할 경우 향후 5년간의 감면규모 추계자료와 재원조달방안을 법률안에 첨부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조세감면의 효과와 뚜렷한 재원확충 방안도 없이 '무대포'로 들고 나오는 감면요구를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정부는 각 중앙관서의 장이 새로운 감면을 요청하는 경우 기존 감면의 축소·폐지방안도 마련해 제출토록 할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안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했다" 며 "그러나 감면비율 한도 책정 등에 관한 사항은 법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적 장치 설정과 함께 실효성이 없거나 지원목적이 달성된 조세감면 규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조세감면이 '일몰시한'을 함께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몰을 맞는 조세감면 규정은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 조세감면비율 한도제, "효과 있을까?" 의문
비록 아직까지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조세감면비율 한도제라는 제도 자체와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
이 제도와 관련해 국회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면비율(±α)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규정해 탄력성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국회의 입법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설정 기준을 법률에 직접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국세감면 요청 시에도 심사 강화를 위해 ▲감면 목적 ▲기대효과 ▲5년간 세수효과 및 관련 자료 ▲감면 일몰 시한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규담 국회 재경위 전문위원도 이 제도와 관련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세감면은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각 개별세법 및 조특법 개정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그 비율을 정부의 시행령으로 정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정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또 최근 3년간 평균 조세감면 규모에 ±1∼2 형태인 감면율 제한의 실효성에도 의문점을 던지고 있다. 특히 경기 상황에 따라 조세감면 규모가 오락가락하는 현 체계에 비춰볼 때 조세감면액의 규모가 2%만큼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조세감면 제도 합리화를 위해 모든 감면 조항에 일몰시한을 설정해 이를 철저한 수지타산을 맞춰 연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고 감면비율 한도를 설정하기 보다는 조세지출과 재정지출을 합쳐 전체 지출규모에 대한 한도를 제시하는 '조세지출예산제'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 부처 이기주의-이익집단과의 이해조정‥관건은 '정책의지'
사실 비과세·감면 제도가 광범위하게 퍼진데 대한 책임은 정부내 각 부처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각 부처와 관련된 사업이나 지원정책을 마련할 때마다 이와 관련한 세금제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실효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도 제대로 안한 상태에서 비과세·감면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해 정책의 최종 조율권을 가진 재정경제부를 곤혹스럽게 만든다는 것.
아울러 국회도 일말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발벗고 나서 세원을 갉아먹는 비과세·감면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에 대해 "현재 우리 나라 세법에는 각 부처와 정치권의 이해관계만이 반영된 비과세·감면이 너무 많아 세원을 잠식하고 있는 실정" 이라며 "재경부가 비과세·감면을 줄이려는 정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 같은 실정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서민·중산층, 중소기업과 관련한 비과세·감면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한편 별다른 실효성이 없거나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 비과세·감면을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 며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데에는 무엇보다 재경부의 정책적인 의지가 관건이며 명확한 폐지논리를 가지고 국민들과 정치권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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