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과 금태섭 의원이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사법절차 투명화를 위한 판결문 공개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금태섭 의원, 좌장을 맡은 정준현 단국대 교수, 민병두 의원.
법원의 판결문이 극히 소수만 공개되고 있어 판결문 공개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과 금태섭 의원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사)오픈넷과 공동으로 '사법절차 투명화를 위한 판결문 공개 방안 토론회'를 열고 판결문 공개 확대를 촉구했다.
현행법상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인터넷을 통해 열람·복사할 수 있지만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 109조에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한편 최근 '세기의 재판'이라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문도 볼 수 없는 상태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이 부회장측의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여 판결문 공개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2003년부터 종합법률정보시스템을 통해 1996년 이후 대법원 판결 전문을 공개하고 있지만, 종합법률정보시스템에서 검색 가능한 대법원 판결이 3.2%, 각급 법원 판결은 0.00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발표자로 나온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공개되는 판결문의 숫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형사는 2013년 이후, 민사는 2015년 이후에 확정된 판결서만 공개하고 있어 판결에 영향을 주는 판례를 일반인이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판결문에 등장하는 인물의 인적사항을 '비실명화'한 부분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비판을 가했다.
박 교수는 "공개재판이라는 헌법원칙에 따라 판결문은 이미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라고 할 수 있어 판결문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발표한 정차호 성균관대 교수 역시 비합리적인 판결문 공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판결문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전국 24개 법원 사이트를 일일이 방문해야 하며 기한도 1년으로 제한돼 있다"며 "검색시 건당 1000원의 결제수수료가 부과되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은 판결문을 무료로 신속하게 공개해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다. 미국의 연방법원은 판결문을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바로 공개하도록 되어 있고 하나의 사이트에서 관리되고 있다. 영국과 네덜란드 역시 확정되지 않은 판결문이라도 일주일 이내에 판결문이 제공된다.
정 교수는 "우리 법원도 선고 후 확정을 기다릴 필요 없이 일주일 이내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판결문 공개 시기를 단축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민주당 금태섭 의원(왼쪽)과 민병두 의원이 22일 열린 '사법절차 투명화를 위한 판결문 공개 방안 토론회'에서 법원의 판결문 공개 확대를 촉구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금 의원은 "판결문 공개는 그 자체로 투명한 사법절차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재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또 "국민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유사 판례를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 역시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경찰은 수사로 말하고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면, 법관은 판결문으로 말해야 한다"며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은 바로 판결을 내리시는 분들의 입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 의원은 지난해 2월 '판결문 공개 확대' 내용이 포함된 민사소송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상고심에서 확정되지 않은 판결도 열람 및 복사할 수 있게 하고, 판결서에 기재된 문자열 또는 숫자열로 검색이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법원 공무원 등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판결서 열람·복사와 관련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다음 법사위 소위원회에 회부돼 23일 논의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아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 원문을 보도한 오마이뉴스가 지난 21일 대법원 출입기자단으로부터 1년 출입정지 징계를 당해 판결문 공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8일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문 전문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대법원 출입기자단이 내규 위반을 이유로 징계했다.
참여연대의 사법감시센터는 22일 성명을 내고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인 법원의 태도에 기자들이 부응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참여연대는 "법원이 설령 판결문에 대해 비공개 요청을 하거나 공개시점을 미룰 것을 요청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고 신속히 공개해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기자들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문제의 근원은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법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판결이 선고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법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재용 항소심 판결문을 일반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판결 후 벌어진 사회적 논란을 감안하면 판결의 근거가 적혀 있는 판결문 그 자체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공익적으로 중대한 사건일수록 법원은 신속,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