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군청 수준"이라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에서 촉발된 서울시와 건설교통부의 부동산정책 공방이 더욱 뜨거워 지고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이 시장이 청계천 개발이나 시청 앞 잔디를 까는 전시적 행정을 해왔지만 서울시를 바꿔놓겠다고 내세운 뉴타운 개발은 추진 실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이 시장의 발언을 "정부가 처해있는 상황을 이용해 서울시 입장을 무마해보려는 발언"이라고 깎아내려 서울시의 강북개발 의지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추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서울시는 '시가 추진하는 강북개발의 의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라고 발끈했다.
최창식 뉴타운사업본부장은 "은평뉴타운이 내년 2월 분양에 착수할 정도로 사업 속도가 빠른데 '추진 실적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다른 뉴타운사업도 올해부터 구체적인 사업 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재동 은평구청장과 길음뉴타운을 추진하는 서찬교 성북구청장 등도 "추 장관의 발언은 '지나가는 뭐도 웃을' 발언이며 정부의 주무 장관이 현안을 그렇게도 파악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놀랍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나아가 "오늘 발언은 주무 장관의 발언이라기보다는 어떤 의도를 가진 정치인의 발언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고 맞받아쳤다.
최 본부장은 "정부에 뉴타운특별법을 건의한 것은 보다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뉴타운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개발사업의 공영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도로 확충이나 녹지 확보 등에 막대한 보상비 등이 필요한데 이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면 강북개발이 훨씬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와 건교부의 시각 차이는 강남 집값 상승의 책임 문제를 놓고도 나타나고 있다.
이 시장의 발언이 나온 후 건교부는 "강남집값 상승은 서울시가 재건축 안전진단 권한을 구청에 위임하고, 중앙정부의 보유과세 강화 계획을 일선구청 등이 임의로 낮춰 촉발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생활여건이나 교통여건 등에서 강남.북간 균형발전을 촉진하지 못한 점도 서울시에 1차적 책임이 있다"며 서울시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강남집값이 급등하는 주된 책임은 현실에 맞지않는 '탁상행정'식 정책을 내놓은 정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시가 정부의 대표적인 실책으로 꼽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평형의 비율을 전체 가구의 60%, 연면적의 50% 이상으로 짓도록 한 '소형평형 의무비율' 제도.
시 주택부문 관계자는 "아파트 수요가 갈수록 중대형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소형평형을 확대하는 정부의 정책이 과연 아파트시장의 현실을 감안한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판교 신도시에 중소형평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한다는 대책을 내놓자 대형평형 매물 부족이 예상돼 분당과 강남 등의 대형평형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느냐는 질책이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역사상 수요 억제와 세제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대책은 항상 실패로 끝났다"며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강북의 주거수준을 높여 강남 수요를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부동산정책의 주요 입안 부처인 건교부와 현장 행정을 맡는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을 놓고 이처럼 큰 시각 차이를 보이면서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