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대책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 참석,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 김영주 고용부 장관, 유영민 과기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 정인백 여가부 장관, 홍종학 중기부 장관)
"재난 수준의 청년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15일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재난', '특단' 등 상당히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청년 고용절벽 상황은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청년 체감실업률은 22.7%, 청년 10명 중 2명 이상이 직업도 없이 놀고 있다는 것은 지금 당장은 물론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협할 요인이기 때문에 정부는 한 발짝 앞서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마련한 대책의 핵심, 즉 재난 수준의 청년 고용절벽 타개책은 '돈(세금)'을 퍼붓겠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보조금, 세제지원 등 국고를 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를 줄여 청년들이 중소·중견기업 취업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방향성이다.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는 소득 증대를 지원해 주고, 청년을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에는 일정 부분 비용을 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얼핏 보면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윈윈(Win Win)' 정책으로 비춰질 수 있다.
돈줄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산. 4~5조원 수준의 '미니추경'을 단행해 이번 대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편성한 대규모 일자리 추경(11조원) 대비 규모는 절반 이하 수준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 브리핑을 갖고 "2조6000억원의 세계잉여금과 1조원 이상의 기금 여유자금 등 4조원 내외 규모로 추경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편성한 11조원의 일자리 추경은 공공부문 위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될 재원을 마련한 것이라면, 이번 미니추경은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부문, 즉 기업 일자리와 창업 지원 등에 집중 투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자못 비장한 각오로 만들어 내놓은 '정책뷔페'에 대한 반응은 그닥 뜨겁지가 못한 모습이다. 과장 조금 보태면 '싸늘한' 수준이다.
일단은 무턱대고 '돈'을 풀겠다는 발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정부가 11조원의 일자리 추경을 추진하면서 내놓은 청사진은 '11만개+α'의 일자리 창출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청사진과 달리 현실은 '질'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정부 목표치의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한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즉 '헛돈'을 쓴 것이다.
올해 일자리 예산을 2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19조2000억원)으로 편성해 놓고 고작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 4~5조원의 예산을 더 투입한다고 나선 것은 아무리 청년 고용절벽이 심각한 상황이라 해도 너무 성급한 움직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묻지마' 예산 투입이라는 지적도 높게 나온다.
정부는 4월 초 이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 통과 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의 발목 잡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추경을 편성할 요건인 '대량실업 우려'에 해당하는지는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많아서다. 무엇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야권에서는 '정치 추경'이라고 거세게 반발할 태세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일련의 움직임은 정치일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정치논란'에 불은 확 지펴져 버린 상태다.
특단이라는 게 '시한부' 정책…시장은 '글쎄'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1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면 연봉의 3분의 1 수준인 90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고, 취업한 청년에게는 연 150만원 한도로 소득세도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5년).
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지역에 위치한 산업단지 등에 취직한 청년에게는 교통비도 지원하고 일정 규모 이하 주택을 임차(전세 등) 할 때는 초저리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등 정책을 적용할 경우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들의 실질소득이 대기업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대단히 회의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지원정책이 '시한부'로 진행된다는 측면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 높다. 3~4년 뒤 정권이 바뀌거나 정부가 쓸 돈이 없어지면, 그냥 '꽝'인 셈이다.
시장에서 '임금 등이 보전되는 기간만큼만 고용 효과가 있을 것', '나중에 지원이 끊기면 더 어려워질 것' 이라는 등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정부가 계산한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들의 임금보전 수준도 면밀히 따져보면, 별반 소용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본인의 선택, 취업한 기업들의 선택에 따라 들쭉 날쭉해 질 수밖에 없고 일부 악덕 기업주(?)들이 이를 악용해 정부의 지원금만 받아먹는 모럴헤저드 현상이 나올 공산도 적지 않다.
그나마 손에 잡히는 혜택이 소득세 면제인데, 고작 45만원(연봉 2500만원 기준) 세금지원 받기 위해 오매불망 바라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취업에 뛰어들 청년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0세 미만 저소득 청년 단독가구도 근로장려금(EITC)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발상도 다소 문제가 엿보인다.
지난 2014년에도 유사한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 "청년층의 경우 사실상 생계를 같이하는 부모와 형식상 세대분리를 해 부당수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현실화되지 못했다.
원론적 측면에서 볼 때 근로장려금 제도는 '복지제도'일 뿐, 일자리 창출과는 하등의 연관성이 없다.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구석이 없어보인다는 이야기다.
가장 핵심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은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들의 막연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시킬 수 있는 대책이 빠졌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는 문제에 대한 '진단'은 정확했으나 '처방'은 영 엉뚱한 방향으로 나온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주최한 청년간담회에 참석한 한 청년은 "중소기업에 가면 임금은 낮아도 더 나은 게 있어야 할 텐데, 야근도 더 많고 기업 문화도 안 좋은 경우가 많아서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즉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들의 소득을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주면 될 것이라는 전제가 강하게 깔려 있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현실인식'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전반적 측면에서 이번 정책들은 단기 처방으로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4년(2018~2021년) 동안 18~22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단 정부의 꿈 이루어질 수 있을지 뚜렷한 의문 부호가 찍힌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