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로펌과 굴지의 대기업들이 국세청과 재정경제부에서 오랫동안 세무업무를 담당해 오다 퇴직하는 고위급 공무원들을 대거 스카우트하는 등 전문영역 몸집 불리기가 한창이다.
특히 최근 행시 16회인 이주성 국세청장의 취임으로 국세청 고참급 간부들이 대거 명예퇴직하게 됨에 따라 로펌과 대기업들은 이들 정통 세무관료들을 속속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비단 승진할 만큼 승진한 뒤 공직을 떠나는 고위급 공무원들만이 이들 로펌과 대기업들의 스카우트 대상이 아니다. 각 부처 내에서 '차기주자' 라고 손꼽히던 능력 있는 서기관, 사무관 등 중견급 공무원들도 심심찮게 로펌 등으로 옮기는 등 '탈 공직현상'이 보편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로펌 이동에 대한 세간의 시각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퇴직 후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민간으로 흡수돼 정부 부처와 업무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대정부 '로비스트' 역할이 이들의 주된 업무라는 인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 국내 대형로펌·회계법인-국세청·재경부 인맥 어디까지 퍼져있나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 등에서 전직 국세청 출신 간부들의 인기는 상종가다. 이들 로펌과 회계법인들은 퇴직 국세공무원은 물론 현직 국세공무원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암암리에 '스카우트戰' 도 불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세청 이주성號 출범과 동시에 국세청에서 오랫동안 맨파워를 쌓아온 국장급 인사들이 대거 명예퇴직함에 따라 이들을 영입하려는 로펌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용섭 前 국세청장의 경우 청와대 혁신수석으로 공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전형수 前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최근 국내 대형로펌으로부터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복 前 중부지방국세청장은 현재 뚜렷한 거취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학 前 국세청 기획관리관은 국내 최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 하나 안진회계법인 부회장으로 변신했고, 기영서 前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삼일회계법인 고문으로 스카우트돼 활동을 하고 있다.
최병철 前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새 살림을 차렸다. 특히 김&장에는 국세청 출신 고위직 인사들이 즐비하다. 1988년 국세청장을 지냈던 서영택씨, 서울국세청장을 지낸 황재성씨도 김&장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이주석 前 서울국세청장도 지난해부터 김&장에서 고문역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용퇴한 조용근 前 대전지방국세청장은 선명회계법인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완벽한 변신을 이뤄냈고 지난해 퇴직한 이재광 前 국세청 법인납세국장도 율촌법무법인 고문으로 자리를 옮겨 공직에서와는 입장이 다른 납세자들 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퇴직한 김영채 대국청 조사국장은 삼정회계법인 영남본부장을 맡았다.
이들 고위직 출신 이외에도 로펌과 회계법인 쪽에는 국세청-재경부 출신 서기관 사무관급 인사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지난 4월 서울청 조사과장을 끝으로 퇴직한 이재훈氏는 현재 율촌 법무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재경부 출신들도 눈에 띈다. 세제실 대표 주자로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김기태 前 재경부 국장은 최근 김&장에 둥지를 틀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재경부 조세지출예산과장을 끝으로 퇴직한 성수용씨도 현재 김&장에서 세무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재경부 국제조세과에 근무하던 장성민씨도 김&장에서 일하고 있다. 재경부 소득세제과에 근무하다 민간 휴직계를 낸 김휘영씨는 율촌 법무법인에서 세무사로 활동 중이다.
□ 대기업서도 국세청-재경부 인사는 '상종가'
로펌이나 회계법인 이외에도 민간 기업에서 국세청-재경부 출신 관료들의 인기는 높다. 이들은 대부분 사외이사 및 고문으로 영입돼 각자 임무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종로세무서장을 끝으로 퇴직한 조창도씨는 태영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낸 박용오씨는 최근 금호그룹 고문으로 영입됐다.
서울청 국제거래관리국 소속 서기관이었던 배두용씨는 지난해 말 LG전자 상무로 영입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실무에 나선 케이스도 있지만 국세청 고위직 출신으로 대기업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이들이 특히 많다.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종상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현재 대한항공과 KT사외이사로 선임돼 활동하고 있다.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이영우씨도 한진해운과 BYC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재광 前 국세청 법인납세국장도 한솔제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광주청장을 지내고 현재 세무사회 회장인 임향순씨는 세종증권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며, 대구청장 출신인 서상주씨, 최병윤씨 등은 각각 삼성물산, 삼성 SDI 등 삼성가의 사외이사 명함을 소지하고 있다.
중부청장 출신인 박석환씨와 서울청장 출신 황재성씨도 각각 삼성중공업과 신세계,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서울청장을 지낸 조중형씨는 현재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부회장직과 함께 삼부토건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서울국세청장을 지낸 허병우씨는 CJ사외이사를 맡고있고, 광주국세청장을 지낸 최이식씨는 광주 신세계 맡다가 지난달 12일 사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