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대전정부청사 전경.
관세청 유관기관인 '국가관세종합정보망운영연합회(이하 국종망)'의 새 대표로 정일석 전 서울본부세관장이 취임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세청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태세다.
최근 관세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공직에서 물러난 정 전 세관장은 오는 7월말 임기가 종료될 예정인 박철구 현 국종망 대표(전 부산본부세관장)의 후임으로 근무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종망은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의 해외수출을 지원하고 국제표준화를 선도할 목적으로 관세청이 주도해 설립한 관세행정 및 IT분야 비영리 재단법인.
하지만 설립 의도와는 달리 국종망은 그동안 관세청 고위직 출신들의 퇴직 후 재취업 창구,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위한 기구라는 지적을 수 차례 받아왔다.
실제 한국전자통관진흥원에서 2010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뀐 이후 성윤갑 전 관세청장이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최순실 인사청탁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천홍욱 전 관세청장이 관세청 차장이 퇴임 후 관세청장으로 복귀하기 전 까지 회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11일 국종망 관계자는 "후임 대표에 대한 인사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 "박철구 현 대표의 임기가 마무리 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새로운 대표를 선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퇴직 관세청 고위직, 사실상 유관기관 '장악'
낙하산 인사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것은 비단 국종망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관세청 유관기관의 임원 재직 현황을 보면 현재 국제원산지정보원 원장으로 서정일 전 광주본부세관장,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원장으로 차두삼 전 서울본부세관장,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원장으로 김용태 전 평택직할세관장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관세물류협회 이사장으로 피재기 전 대구본부세관장,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으로 김도열 전 인천공항세관장 등이 근무하고 있다.
사실상 관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대부분의 관세청 유관기관을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인 셈이다.
때문에 관세청의 낙하산 인사에대한 지적은 해마다 빠지지 않는 국정감사의 단골 소재가 되어 왔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2016년 국정감사에서 관세무역개발원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며 "비영리 사단법인이라는 명분으로 활동하는 곳에 관세청 직원들이 낙하산으로 취업하게 되고, 업무는 관세청이 할 일을 위탁 형태로 받아 하는 퇴직자들의 노후대비처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기관들이 유착관계와 담합으로 이어질 경우 심각한 모럴헤저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기관 산하기관들의 기능과 목적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관세청의 고위직원들이 퇴직 후 관련 비영리법인에 임원으로 취직하고, 그 업체에 관세청이 위탁사업과 연구용역을 몰아주는 것은 전형적인 관피아의 행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밖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국제원산지정보원의 간부들이 모두 관세청 출신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직 쇄신 예고한 김영문…이번에도 '공염불'?
관세청 관피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관세청은 스스로 쇄신 의지를 표명했지만 말로만 되풀이 될 뿐, 매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면세점 의혹, 취업 청탁 등 위기의 관세청에 강력한 쇄신을 예고하면서 등장한 김영문 관세청장 역시 관피아 논란을 피하지 못할 형편에 처하자, '혹시나'했던 기대감이 '역시나'로 반감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관세청의 위탁사무가 퇴직자의 일자리만들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외부 출신의 신임 관세청장이 취임한 지금이 새 정부의 공정경제과 적폐청산에 반하는 관세청 유관기관들의 전관예우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의 골든타임이다. 관세청장이 적극 나서 바로잡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관세청장은 "문제점을 살펴본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감 이후 관피아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물론, 이에 대한 별다른 주문도 없었다는 것이 관세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관세청은 공직을 떠난 이들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관세청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도 쇄신 의지를 갖고 있지만 이미 관세청에서 퇴직한 사람들의 문제라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관세청에선 현직에 있을 당시 권고 수준의 조치 밖에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국종망 등 관세청 유관기관들을 아예 취업 제한대상에 포함해야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관세청)관련 비영리법인을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에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되어 있던 부서나 해당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는 3년 간 취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