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꼴찌의 반란'…현대오일뱅크 고성장

다만 4사는 영업이익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늘어난 반면 GS칼텍스와 S-OIL은 2분기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 여파가 커 뒷걸음질쳤다.

이 가운데 업계 막내인 현대오일뱅크가 매출과 이익 모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꼴찌의 반란'을 일으켰다. 업계 최고 수준인 38% 이상의 고도화율을 유지해 유가하락 위기를 거뜬히 넘긴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정유 빅4 영업실적.

◆…현대오일뱅크 최근 6년 영업실적.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4년에도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적자에 허덕일 때 유일하게 영업이익 2262억원, 순이익 42억원의 흑자를 유지하면서 막내답지 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이후 업황이 회복돼 규모면에서 다시 밀렸으나 꾸준한 상승흐름을 보였고 작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도 넘어섰다.

이 회사의 타사 대비 경쟁우위 요소로는 일산 8만 6000배럴에 달하는 제2 중질유 분해시설 등 높은 고도화비율이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최고 수준인 38.2%의 고도화율을 확보했다. 값싼 중질유를 다시 처리해 비싼 휘발유를 생산하는 고도화시설을 늘린 덕분에 유가하락 충격을 덜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 추이. 자료=SK이노베이션 사업보고서

당시 현대는 229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GS와 S-OIL을 제치기도 했다. 업계 3위 규모인 S-OIL과의 연간 영업이익 격차도 전년도 6500억원대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좁혔다.

유가 하락 위기 넘긴 SK이노베이션 화학 사업

◆…SK이노베이션 최근 6년 영업실적.

전통적인 정유회사에서 에너지·화학 중심기업으로 변모를 꾀하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윤활유·화학 사업이 주력인 석유 부문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사업은 32조 771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체의 70.8% 비중을 차지했으나 이 부문에서 영업이익은 1조 5020억원으로 46.4%에 그쳤다.

이 회사의 석유 사업 영업익 비중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73.0%, 2016년 71.8%로 꾸준히 70% 이상의 매출 비중을 유지해왔던 석유 사업은 영업익 비중도 2015년 56.9%, 2016년 50.4%로 절반 이상의 실적을 이끌어왔다.

석유개발과 기타 사업을 포함한 비정유 부문은 매출 비중이 지난해에도 29.2%로 3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영업이익에서 53.6% 기여했다. 이 가운데 화학 사업이 영업이익 1조 3772억원으로 전체에서 42.6% 비중을 차지해 효자로 떠올랐다. 화학은 작년 반기 석유 사업이 유가하락에 주춤할 때 55.3%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SK이노베이션의 소방수로 나서기도 했다.

화학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SK종합화학과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각각 9619억원(연결기준), 3966억원(별도기준)의 영업이익으로 나란히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사들은 모회사와 마찬가지로 2016년부터 2년 연속 최대치 흐름에 올라탔다. 종합화학은 2015년 4308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으며 인천석유화학은 같은 시기 496억원에서 8배 정도 뛰었다.

GS칼텍스, 정유 비중 높아 유가 민감…비정유 투자 확대 승부수

◆…GS칼텍스 최근 6년 영업실적.

이 회사는 정유 부문의 비중이 여전히 높아 유가와 흐름에 민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 하락 시기였던 2분기 영업이익이 2100억원에 그쳤으나 3분기 5785억원, 4분기 6281억원으로 회복됐다. 두바이유 기준 7월 배럴당 47.6달러를 기록했던 유가는 9월 53.7달러, 12월 61.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정유 부문의 매출액은 23조 4111억원으로 77.2%의 비중을 차지했으며 영업이익도 1조 3415억원으로 67.0%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도와 비중 차이가 없었고 영업이익은 64.3%에서 오히려 2.7%p 상승했다. 반면 윤활유는 영업이익 1964억원으로 전년 2418억원보다 18.8%, 석유화학은 4637억원으로 같은 기간 11.0% 줄었다.

이에 GS칼텍스는 비정유 부문 사업 확장에 착수했다. 올 초 올레핀 생산시설(MFC·Mixed Feed Cracker)에 2조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사회 최종 승인 이후 구체적인 투자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다. MFC는 석유화학 기초 유분인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로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프로젝트 준비가 한창이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도 2015년 69.0%에서 지난해 71.1%까지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다. 휘발유·등유·경유 등 정유 부문뿐 아니라 윤활유·베이스 오일 제품·벤젠·파라자일렌 등 비정유 부문의 수출도 고르게 증가됐다.

S-OIL, 악재 겹쳐 주춤…영업익 15% 감소

◆…S-OIL 최근 6년 영업실적.

S-OIL은 2분기 유가 하락과 석유화학 설비의 정기보수가 겹치면서 영업이익이 4사 중 가장 적은 1173억원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정유 부문은 849억원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 이후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최대 원유 생산단지가 위치한 텍사스주를 강타해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3분기 영업이익 5532억원으로 반등했다. 다만 4분기 환율 하락, 부문별 스프레드 축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3693억원에 그쳤다.

윤활기유와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도 다소 줄어들었다. 지난해 비정유 매출액은 4조 4790억원으로 21.4% 비중을, 영업이익은 7460억원으로 54.3%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도에는 매출 비중 23.6%, 영업익 비중 56.8% 수준이었다.

지난해 판관비가 전년도보다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2017년 판관비는 7350억원으로 전년도 6841억원보다 7.4% 증가해 매출총이익을 2조 1082억원으로 전년도보다 8.4% 줄여 놓았다. 다만 금융비용이 1200억원 가량 줄고 금융수익도 1400억원 정도 늘어 그동안 확보한 현금이 순이익을 늘리는데 기여했다. 기타비용도 파생상품거래·평가손실이 축소되면서 약 1600억원 줄어들었다. 특히 금융비용 내 외화환산 손실은 지난해 4500만원으로 전년도 921억원에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