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 표지석.
한번은 무등이왓이 있는 동광리 6거리까지 갔지만 지척에 두고도 찾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충분한 사전조사 끝에 동광리 복지회관을 찾아 제주도 조세반란이 있었던 이 지역을 돌아보게 됐다.
이 지역이 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조선시대 말기 세도정치가 극성을 부리던 1860년대부터 시작된 제주도 조세저항 역사를 연구하면서 부터다.
그 당시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매관매직으로 임명된 부패한 관리들이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세금수탈 하기 위한 최적 장소여서 조세저항이 늘 있었기 때문이다.
척박한 제주 땅에서 조세저항의 역사는 이 곳 광청리 지역에서 시작됐다.
서광리 길 건너편에 있는 무등이왓은 제주도 남쪽 대정군에서 제주시로 가는 길에 있는 교통의 요지 동광리 6거리 인근에 있다.
이 지역은 화전을 일구면서 먹고 살던 곳이었다. 1862년 제주목사가 화전세를 무리하게 과세하자 이곳에 살던 화전민들이 민란을 일으키면서 시작됐다.
1862년 10월 강제검이란 자가 화전세를 반대해 이 곳 광청리 주변서 시위대를 모았고 제주, 정의, 대정 세군의 도민 약 1만명을 모아 제주성을 점령해 부패한 관리들을 죽였다가 이듬해에 진압된 적이 있었다.
그 이후 1894년에 발생한 물세투쟁인 동학혁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이들 동학혁명에 가담했던 남학세력이 살기위해 몰래 제주도에 숨어 들어와 화전민으로 살게 됐다.
남학세력은 조선 후기 발생된 신흥종교집단으로 빈부귀천이 없는 새 세상이 올 것이므로 덕을 닦고 기다려야 한다는 믿음을 가졌다.
이들이 정착했던 곳이 바로 서광리와 무등이왓이었고 그 중에는 전라남도 화순 출신 남학도 방성칠이란 사람이 있었다.
광무정권이 들어서면서 세금 징수를 지방관청에서 호조로 통합 징수했고 지방재정이 중앙정부재정에 편입돼 각종 세금이 늘게 됐다.
제주도에도 중앙정부에서 봉세관(捧稅官)이란 세금징수관리가 파견돼 세금을 징수하게 됐다.
이 봉세관이 화전세와 호주세, 어장세, 시장세 등 새로운 세금을 징수하자 방성칠은 세금징수와 봉세관의 횡포에 항의하기 위해 1898년 2월 7일 제주성에 몰려가 화전세, 목장세, 호포의 과도한 징수를 중지하고 환곡의 폐단을 바로 잡아달라는 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제주목사가 이를 수용하겠다 약속했는데 한편으로는 이들 주동자를 체포하려 하자 방성칠이 어남군(御南軍)이란 민란군을 만들어 제주도를 점령하고 올바른 세금제도를 갖춘 이상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방성칠의 민란군이 제주도 토착세력들과 이곳에 귀양 온 유배자들이 조직한 창의군에 밀리면서 조세반란이 실패로 돌아갔다.
방성칠은 제주시 근처 귀리에서 살해돼 새로운 조세제도를 갖춘 이상적인 국가의 꿈은 사라졌다.
이상적 세제를 갖춘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당한 세금징수를 하는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국민의 정부 존폐권을 증명하려 했던 방성칠의 난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척박한 땅 제주도에서 정부의 부당한 세금 징수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계속돼 1901년 이재수의 난으로 연결됐다.
방성칠이 부당한 조세에 항거하여 저항의 횃불을 들었던 광청리 인근 무등이왓은 1948년 4.3 사태로 무고한 농민들이 학살되고 마을은 완전히 불타버려 사람이 살지 않은 '잃어버린 마을'이란 이름만 가진 채 비극의 현장으로만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