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역사찾기 계기된 질문…"당신 무엇하는 사람이오?"

◆…졸본성(오녀산성) 전경.

4년 전 선배 회계사와 고구려 유적지를 답사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난 적이 있다. 어렸을 때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던 꿈을 접고 공인회계사의 길에 들어서서 세무분야에서 일 해온지 30여년이 지난 때였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 두 권(이만열 교수님 편저)의 책은 이런 퍼즐 같은 고대사를 완벽하게 복원해 줘서 커다란 숙제를 풀게 해 주었다. 이 때문에 이 여행길에 광개토대왕비를 포함한 고구려 유적지를 보게 된다는 기대감이 컸다.

이 여행이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이유는 30년 넘게 공인회계사로 세무분야에 있었지만 진정한 세무전문가의 의미를 모르고 직업적으로 열심히만 살아왔었는데 조선상고사 책이 진정한 세법정신과 세법 세상에 대하여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내가 조선상고사를 읽고 깜짝 놀랐던 것은 3개의 부왕국인 신조선 말조선 불조선으로 된 고조선이 어떻게 고구려 건국으로 연결되었는지 완벽하게 해석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한국의 내로라한 역사교수들의 역할에 실망감을 갖게 됐다. 조선상고사 책 두 권이면 완벽하게 고대사가 설명이 되는데 역사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자 시작인 고대사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역사학자들에게 이같은 비난을 퍼붓고 있을 때 문득 나 자신을 향해 단순하지만 간단한 질문이 떠올랐다. 그 질문이 내 인생을 크게 바꿔버렸다. 그것은 "역사학자를 비난하고 있는 문점식. 당신은 무엇하는 사람이오?"라는 짧은 질문이었다.

이 간단하지만 심각한 질문이 나를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대형회계법인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국제조세분야에 종사하면서 여러 외국인들로부터 살 떨린 질문도 많이 받아 봤지만 이렇게 심각한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당신은 무엇하는 사람이오?” 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해 이어지는 세법정신이 무엇이요? 법인세는 무엇이요? 소득세는 무엇이요? 그리고 누진세는 왜 사람들이 하자고 하는 것이오?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30년 넘게 세무를 한다고 하면서도 이런 일련의 질문들에 대해 나는 정작 세법의 기본도 모른 채 직업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밥벌이 역사학자들처럼 세법을 돈 버는 도구로만 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덮쳐오는 절망감 속에 자긍심 갖고 살아왔던 내 인생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 이후 세법에 대한 근본적 연구, 세법역사 찾기 노력은 내 삶의 핵심이자 새로운 출발이 됐다. 그렇게 6년간의 역사 탐구 끝에 정리한 내용을 '역사 속 세금이야기'란 책으로 펴냈다.

또 5년 후에 추가한 내용을 담아 2판을 내서 세법의 의미를 어느 정도 정리한 상황에서 내 인생을 바꾸게 한 신채호 선생이 갔었던 고대사 역사의 현장에 다시 서게 되었으니 남다른 느낌으로 이 여행이 다가 왔다.

중국에 의한 역사 왜곡의 조선상고사 현장 유적, 그리고 남한이 적화되기 전까지는 편안할 안동이었던 곳이 붉다는 의미의 단동으로 바꾸라는 모택동의 유지를 따라 이름이 바뀐 압록강변 단동. 이 여행은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앞으로 몇 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자신이 지난 18년 동안 때로는 좌절도 했고 때로는 눈물도 흘렸던 역사의 현장을 '세금 따라 역사 따라' 찾아가면서 세금으로 역사를 보는 과정을 독자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세금은 역사를 움직인 큰 엔진이자 추진체였고 전쟁은 세금제도를 진화시킨 자양분이었다. 

세금이란 편향된 렌즈로 역사를 볼 때 가공된 역사의 덧칠이 벗겨지고 진정한 역사의 실체가 선명하게 보이게 됐다. 역사는 대부분 세금 때문에 써지게 되었고 세금은 결론적으로 피 흘려 쌓아 올린 인류의 희생위에 세워진 인권투쟁의 결과물이었다. 

이제 독자들과 함께 세금 찾기 여행을 함께 떠나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