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일가의 탈세·밀수 혐의를 수사 중인 관세청이 카카오톡 메신저에 직접 제보방을 만드는 등 증거 자료 수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관세청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식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24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개설했다.
한진 일가에 대한 제보를 원하는 이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인천세관, 갑질, 제보, 항공사 등을 검색해 제보방에 들어가면 된다.
오픈채팅방은 평소 사용하던 프로필이 아닌, 익명으로도 접속이 가능하다. 개인 신분이 드러나는 민감한 제보는 제보방에 공개된 텔레그램 메신저 ID(@incheoncustoms)를 통해서도 제보할 수 있다고 인천세관 측은 전했다.
전화제보를 원하는 이는 국번 없이 125로 전화하면 된다.
관세청은 "제보방을 통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세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구체적인 탈세 정황을 증언한 직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사내 보복이나 공범으로 몰릴 가능성 등을 우려해 협조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오픈채팅방에서 제대로 된 제보가 나올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관세청에 대한 불신 여론이 커져가는 것도 결정적인 제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한진그룹의 조직적인 관세 포탈 과정에 관세청의 묵인과 협조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도 되겠냐'는 목소리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관세청 직원이 대한항공 직원에게 자리 배정을 요청하고 세관 고위직의 경우 좌석 업그레이드 요청도 다수였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짐에 따라 관세청과 대한항공과의 유착 관계에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인천세관이 만든 제보방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제보방 참여자는 "인천세관에서 그동안 방조한 것을 인천세관에 제보해도 되는 것이냐"고 남겼다.
또 다른 참여자들 사이에선 "인천세관을 믿을 수 없다", "(관세청의 잘못을) 덮기 위한 제보방이다", "세관에서 제일 잘 아는 것을 왜 제보 받냐", "인천세관도 유착가능성이 있다는데 믿을만 할까요?", "그동안 한진가 밀수 눈감아준 인천세관분들도 검찰 조사 성실히 받기 바랍니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진그룹에서 채팅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며 세관에 제보하는 대신 언론에 제보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25일 오전 10시 현재 인천세관 제보방에는 230여명이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