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30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현행법에서 금지된 후보의 사조직을 가동하고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유세지역 방문시에는 당원들을 대거 동원했다고 대외비로 작성된 당 내부보고서에서 스스로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여연)는 최근 박 대표에게 보고한 `4.30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별 심층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국회의원 재선거 6개 선거구 중에서 한나라당이 5곳을 승리한 배경과 향후 선거대책을 분석하면서 한나라당 및 당 소속 후보들의 이같은 불법.탈법 의혹 사실을 그대로 서술했다.
보고서는 경남 김해갑 김정권(金正權) 후보의 승인을 분석하면서 "한나라당 당원 조직과 후보의 사조직이 치밀하게 움직이면서 `김정권 동정론'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어떤 형태의 사조직이 가동됐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행 선거법 89조(유사기관의 설치금지)는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새로 조직하거나 기존의 사조직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박근혜) 대표 방문시 창원.마산.진해 등지에서 대거 동원된 당원들로 인해 실제 김해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개선사항"이라고 적어, 김해갑 재선거에서 대세론을 퍼뜨리기 위해 선거구 인근지역의 당원을 동원하는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이 벌어졌음을 자인했다.
당원 동원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위법이 아니지만 조직적 동원시 교통편의를 제공하게 되면 법위반이며 교통편의를 제공받은 주민들은 `50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어 보고서는 경북 영천선거에서도 "한나라당 도당 당직자들이 리.동 단위로 책임을 맡아 발로 뛰었다"고 밝히고,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당 소속 의원들이 "지역구 여성당원을 동원한 전화홍보단 운영, 종친들을 동원한 선거지원, 불교계의 인맥을 활용한 지역사찰과 포교원 방문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성남 중원 선거의 경우 의사 출신인 신상진(申相珍) 후보를 돕기위한 의사협회의 전폭적인 선거운동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동(성남 중원) 지역에서 한나라당 조직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태"라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조직은 당 공식조직이 아니라 `의사협회'였음"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4.30 재.보궐선거 지역에 대한 선거비용 실사가 내달 중순께까지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당 내부 보고서에서 범법행위가 뚜렷하거나 위법 의혹이 있는 부분이 기술된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선거운동으로 인한 당선 무효로 치러지는 재선거에서 불법.탈법 선거운동이 또다시 이뤄졌다는 `고백성' 보고서가 확인됨에 따라 정치적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