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KDB산업은행 회담 결과 내용. 조세일보 DB
산업은행과 정부가 밝힌 한국GM 지원 원칙 스스로 깨뜨려
올드머드·뉴머니 구분도 애매…협상 비공개 밀실계약 우려
KDB산업은행이 미국 GM 본사와 협상 끝에 한국GM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정부가 당초 약속한데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당초 한국GM 부실의 원인을 대주주 책임이라고 지적하며 차등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등감자는 실현되지 못해 산업은행과 정부가 미국 GM에 끌려다닌 졸속 협상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지원 원칙으로 △대주주 책임 △이해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 생존 방안이라는 삼박자를 갖추면 지원하겠다고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4월13일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드 머니는 GM의 기존 경영 책임이어서 산업은행은 단돈 1원도 못 들어간다"며 한국GM의 차등감자를 누차 강조했다.
그러나 채 2주도 안된 4월 26일의 한국GM에 대한 금융제공확약서(LOC)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이 수차례 밝힌 한국GM 지원 규모는 5000억원이었으나 3000억원이 더 늘어난 8000억원 규모를 넘어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혈세가 더 들어가게 됐다.
산업은행과 정부는 지난 3월 GM과 협상을 하면서 GM이 지분 투자를 하면 산은도 지분 투자하고 GM이 대출하면 산은도 대출로 신규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막상 한국 측에 불리한 협상으로 지적됐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지원을 하면서 8000억원을 투입해 한국GM 지분을 사기로 했다. 반면 미국 GM은 기존 대출금을 지분으로 바꾸기로 했다.
즉 미국 GM은 대주주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고 부채를 우선주로 바꾸고 산업은행은 여기에 자본금(주식)을 투입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올드머니에 대해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올드머니와 뉴머니의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한국GM 올드머니에 8000억원을 투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GM은 신규로 약 3조9000억원을 투입하는데 이중 2조9000억원은 한국GM에 꿔주고 나머지 9000억원은 지분을 사는 데 쓰지만 조건이 달린 대출이어서 한국 측에 유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000억원은 단기 대출이다.
산업은행은 금융제공확약서에서 한국GM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거부권을 확보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또한 최종 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미국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돈 2조 9000억원에 대해 매년 약 1400억원의 이자를 챙겼는데 새로운 대출금에 대해서도 이자를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출금은 채권상환 우선순위에 따라 주식보다 대출금을 먼저 받을 수 있어 유사시 지분투자보다 대출이 유리한 실정이다.
정부는 GM과 협상 과정에서 장기투자를 담보하기 위해 미래형 자동차를 국내에서 생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회담 결과 GM은 한국측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GM은 한국내에서 미래형 자동차가 수익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국지엠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이 한국GM의 장기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한채 단기적 해결 방안 마련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부가 금융제공확약서를 합의안을 내놓기 이전에는 미국 GM과의 협상에 대해 정부측 방향을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나섰고 미국 GM 본사 또한 국회를 방문하면서 여론 조성에 안간힘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금융제공확약서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세부적인 내용 확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최종 협상시까지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비공개키로 GM측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아예 국민의 여론 수렴을 제쳐놓고 미국 GM과 밀실 계약을 통해 한국 측에 불리한 내용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