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의 뇌물 및 35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오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비자금 횡령,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9일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지 24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부장판사 정계선)는 오는 3일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과 이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을 듣고 주요 쟁점에 대한 정리와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등 앞으로의 재판 진행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가 방대하고, 관련 인물들이 많은 만큼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이 전 대통령의 치열한 법리 다툼과 다수의 증인 심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횡령·배임, 직권남용, 뇌물수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2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350억원대의 '다스 비자금'과 110억원대의 '뇌물수수' 의혹이 가장 큰 핵심으로 향후 재판 과정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스 비자금' 관련 의혹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16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349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리 직원이 횡령한 120억원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31억 4500여만 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MB 금고지기'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차명재산 관리를 맡겨 60억여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다스 협력사 '금강'의 이영배 대표가 회삿돈 89억원을 횡령한 혐의에도 관여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뇌물수수와 관련해서는 삼성그룹에 다스 소송비 67억 7000여만 원을 대납하게 지시하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는 등 110억원의 금액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관계자에게 다스의 미국 소송에 대한 결정사항을 미국 소송대리인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 등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7억 5000만원을 받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있다.
이밖에도 2013년부터 지난 1월까지 청와대에서 보관하던 대통령기록물 3402건을 다스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영포빌딩에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VIP보고 문건', '다스 경영 현황이 기재된 청와대 문건',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관리한 차명재산 장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삼성의 다스 소송대납비 등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 중 상당수가 다스를 실소유했다는 전제 하에 입증이 가능한 부분인데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법인 등기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분도 없는 상황"이라며 "제3자인 다스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다스를 이 전 대통령의 소유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전 총무기획관, 금강의 이 대표 등 측근들이 이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내놓고 있어 이 전 대통령 측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사다.
김 전 총무기획관은 지난달 열린 본인의 재판에서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며 사건의 전모가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4억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2일 보석 청구가 인용돼 석방됐다.
다스 협력사 '금강'의 이 대표 역시 지난달 26일 열린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며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2009부터 2011년까지 '에이킨 검프(다스 미국 소송 담당 로펌)'에 40억여 원을 대납했다"고 진술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에이킨 검프가 무료로 도와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서로 다른 진술을 하고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페이스북에 "'이명박이 목표다'는 말이 문재인 정권 초부터 들려서 (저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한풀이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면서도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무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가히 '무술옥사(戊戌獄事)'라 할 만하다"고 검찰의 조사를 정면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은 10~20개에 이르는 방대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같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뇌물수수의 경우 '대가성'이 성립해야 하는데 국정원의 특활비가 개인용도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검찰이 입증해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내일 준비기일에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