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110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비자금 횡령,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3일 열린 첫 재판에서 350억 다스 비자금 조성 및 실소유주 의혹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3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비자금 조성 및 공모관계를 통한 업무상 횡령 혐의 전부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에서 법인세 포탈, 다스 투자금 140억원 회수 관련 직권남용,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국정원 특활비 수수 등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31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 측은 "분식회계를 은폐하거나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다스가 BBK에 투자한 140억원을 회수받는 소송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이 관련 사실 자체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아랫사람들이 벌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나 김재수 전 LA 총영사관이 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변호사로 (미국 로펌과) 연관이 돼 있었다"면서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만으로 직권남용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67억원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는 "에이킨검프(미국 소송 로펌)에 지급한 비용이 다스 소송비인지, 삼성그룹 자체의 다른 업무에 대한 대가인지 여부는 앞으로 다퉈봐야 할 사항"이라며 검찰의 기소 의견을 반박했다.
이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전해져 공적으로 사용된 것이 형법상 뇌물에 해당한다는 점을 부정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으로부터 공직임명의 대가성 뇌물을 받은 부분도 업무관련성이 있다면서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전했다.
청와대 문건을 영포빌딩에 유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 측은 "은닉한 것이 아닌 단순한 업무상 과실이다"면서 "검찰에 적법하게 증거가 확보됐는지 재판 과정에서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20여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35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경리직원의 횡령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31억원의 법인세를 포탈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김백준 청와대 전 총무기획관 등 측근들을 통해 국정원에서 7억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 등 총 111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있다.
이밖에 대통령 퇴임 후 청와대 문건을 영포빌딩에 빼돌린 혐의 및 다스의 투자금 반환 과정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해 직권을 동원한 혐의 등도 있다.
한편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 전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의 다음 재판은 오는 10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