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조사국 조직을 비노출로 운영한지 2년이 지났다. 국세청은 지난 2003년 6월말 '조사국을 그림자 조직으로 만들어 학연·지연·혈연 등을 통한 비공식 접촉과 로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며 조사국 조직의 비노출 운영을 전격 시행했었다.
조사국 요원들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국세청은 출입구에 칸막이 공사로 카드가 없으면 출입할 수 없도록 출입시스템을 바꿨으며, 동시에 직원명부 제작을 중단하는가 하면 언론에 배포되는 보도자료에도 조사국 간부외 직원들은 일체 등장시키지 않았다.
국세청은 조사국을 베일에 가리는 대신 세무조사과정에서 벌어지는 납세자들의 민원해결 창구로 조사상담관실을 설치했다. 조사과정에서 일어나는 조사요원들의 횡포나 으름장, 법령해석과정에서의 분쟁을 조사요원 뒤에서 이르라는 것.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조사국 조직 비노출운영에 대한 세정가의 평가는 낙제점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사기간이 줄잡아 석 달은 걸리고 조사과정에서 조사요원과 납세자와의 대면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조사국 조직의 비노출 운영은 시쳇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라는 것.
직원명부에서 조사국 직원들의 명단은 뺐지만 조사받는 기업치고 관련 조사반의 직원현황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결국 조사요원들이 세무조사를 위해 빠져나간 뒤의 출입구 칸막이는 '조사국장·과장'만 가둬두고 있는 형국이다.
어디 그 뿐인가. 조사국 폐쇄 대안으로 내놓은 조사상담관실 이용대상에서 심층조사(=특별세무조사)와 관련된 납세자들은 빠져 있다. 심층조사를 받고 있는 납세자들은 조사상담관실이 아닌 해당 조사국을 직접 왕래하고 있는 것.
아울러 조사국 출입구를 밀폐했음에도 외부인이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할 뿐, 내부인이 안에서 열어주면 언제고 출입이 가능하다. 힘(?) 있는 세무대리인들과 기업체 관계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수시로 조사국 출입사실이 목격되고 있다.
조사국 직원의 명단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조사국을 내맘대로 출입하는 세무대리인, 그렇지 못하는 기업이나 세무대리인 사이에 새로운 심적 위화감과 불공평이 싹튼다면 우문일까.
세무조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조사상담관실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도 우리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세무조사요원이 내 사무실에서 서슬 시퍼렇게 세무조사를 하는데, 조사요원의 으름장 등을 뒤에 가서 이를 수 있는 배포 큰 납세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에 따라 세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조사국 비노출 운영은 한낱 '상징물'에 불과할 뿐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세정가 사람들은 국세청의 비리방지는 '파면 등에 따른 연봉이나 퇴직금의 불이익' 등은 제도권으로 흡수하고, 윤리교육 강화 등이 더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국세청이 조사국 비노출의 한계를 어느 시점에 깨닫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