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횡령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해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350억원대의 비자금 횡령과 111억원대의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23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에 대한 1차 공판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한 직후 10분여 간 준비한 입장문을 읽으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회장의 사면 대가로 다스 소송비 68억여 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세번째로 도전하기로 결정한 뒤 국익을 위해서 (삼성 회장의 자격이 아닌) IOC위원으로서 이 회장을 사면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1985년 형님과 처남이 회사(다스)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사업에 참여한 것"이라며 "친척이 관계회사를 차린다는 것이 염려돼 만류했지만 당시 정세영 회장이 자격있는 회사이고, 형님이 하는 것이니 괜찮다고 해서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후 30년간 회사 성장 과정에서 소유와 경영과 관련된 어떠한 다툼도 없던 회사인데 국가가 이에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고 반박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증인을 부르지 않고 사실관계와 자료를 통해 재판에 임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수사기록을 검토한 변호인들은 (관련인들)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증인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위를 다퉈야 한다고 했다"면서도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함께 일한 사람들을 불러 추궁하는 건 가족이나 본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이러한 저의 결정과 무관하게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해 검토를 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라는 주변의 설득도 많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그러한 설득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고 존경하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모두진술을 마쳤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짙은 곤색의 양복에 와이셔츠 차림으로 출석했다. 모두 진술 중간에 잠시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는 중에는 검찰을 계속 응시하며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휴정하고 나서는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과 인사를 하며 법정을 나가기도 했다.
이날 검찰에서는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 등 8명이 출석하고 변호인 측에서는 법무법인 열림의 강훈, 최병국 변호사 등 4명이 나왔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재판은 검찰의 공소사실 PPT 발표와 서증조사를 시작으로 이 전 대통령 측의 반대 의견이 예정된 가운데 야간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