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과 민심으로 본 송파을 재보궐선거 3파전 현장
최재성 "실력은 최재성" 배현진 "송파의 목소리" 박종진 "脫당리당략"
6·13지방선거와 함께 치뤄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송파을'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송파을 선거는 후보간 '인물 경쟁'은 물론, 부동산 이슈를 둘러싼 '정책 경쟁'과 강남3구 중 하나인 송파 점령을 위한 '정당 경쟁'까지 3박자가 어우러진 모양새다.
송파을 재보궐선거는 최재성 더불어민주당·배현진 자유한국당·박종진 바른미래당 후보간 3파전으로 양상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가 높은 가운데서도 지역 이슈가 뚜렷한 만큼 막판까지 바닥 민심의 향방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파을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왼쪽부터)·자유한국당 배현진·바른미래당 박종진 후보. (사진=캠프 제공)
◇ 文복심vs 洪키즈 vs 3당주자 = 송파을에 출마한 세 후보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로 후보간 대결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 먼저 최 후보는 3선 국회의원 출신에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을 시절 주요 보직을 맡으며 함께 얼굴을 알린 바 있다. 배 후보는 MBC 뉴스데스크 전 앵커로 '최장수' 기록을 세울만큼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기자 출신의 박 후보도 종편방송에서 주요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며 이름을 알려왔다.
지난 10일 잠실새내역에서 만난 잠실2동 거주 김모씨(47·남성)는 "최 후보는 중진의원급인데다 정치인 중에서도 얼굴이 익숙하다"며 "배 후보와 박 후보는 텔레비전에서 많이 봐서 연예인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모씨는 "주변 사람들 중에는 기존에 갖고 있던 후보 이미지대로 투표한다는 이들도 꽤 많다"며 "당선 여부뿐 아니라 득표율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다"고 전했다.
각 후보들도 이미지 경쟁에 적극적이다. 최 후보는 정치 경력을 살린 '실력' 마케팅에 나섰다. 선거 초반 경쟁자들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최 후보는 한때 '문 대통령의 복심'임을 내걸고 다니기도 했다. 동시에 ▲국회의원 세비 개선(8천만원대) ▲'국민서명'을 통한 민생법안 처리 ▲국회 일정거부 의원 세비 지급 금지 등 의정 개선 공약으로 개혁적인 면모도 부각시켰다.
배 후보는 아나운서 경력을 살려 송파의 '목소리'가 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여당에 맞선 야당후보로서 권력이 아닌 '송파를 대변할'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인사검증 시스템 구축 ▲'아마추어' 교육정책 개선 등을 공약했다. '홍준표 키즈'로도 불리는 배 후보는 한때 지원유세를 중단했던 홍 대표에게 유세 재개를 요청할만큼 중앙당과 긴밀한 공조를 보이며 정치 신인의 이미지를 보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후보는 제3당 소속으로서 보수·진보 구분을 벗어나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얽매이지 않는 후보를 자처한다. 한때 단일화 논란으로 출마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송파에 사는 4남매의 아빠"라며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강조했다.
◆…송파을 재보궐선거 후보자 주요 공약. (표=조혜미)
◇ 부동산 정책, 지역 민심 움직일까 = 송파을 보궐선거 최대 이슈로는 '부동산' 문제가 꼽힌다. 송파을은 송파구 석촌동, 삼전동, 가락1동 문정2동, 잠실본동·2·3·7동을 포함한다.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졌거나 향후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들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들이다.
잠실에 거주하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이같은 지역 민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8일 배 후보 사무실을 방문해 "내가 국회의원때 이 지역에 와서 법령개정하고 재건축허가를 받아냈다"며 "그래서 지금 (송파가) 강남 부촌처럼 변모한 것"이라며 잠실 재건축에 자신이 기여한 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배 후보는 보유세 인상 저지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30년을 초과한 노후 주택은 재건축을 하도록 하고 기한 연장의 예외를 입법화 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 역시 잠실본동과 삼전동, 석촌동의 전면 재개발 추진 및 재건축 지원이 주요 공약이다. 그 역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전면 폐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면제를 약속했다.
이에 맞서 최 후보는 환경친화적 개발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잠실 종합운동장, 한강수변, 가락시장의 변모를 약속했다. 또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과 소득을 고려해 종합부동산세를 공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며 부동산 규제에 대한 지역주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지역 주민들은 부동산 정책과 선호 정당간의 불일치로 고심하는 기색도 보였다. 잠실 새마을시장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최모씨(58·여성)는 "보유세 인상이 걱정돼 한국당을 찍을 것 같다"면서도 "한국당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 반대만 하고 별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해 불만"이라는 심정을 밝혔다.
반면 잠실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김모씨(63·남성)는 "실제로 재건축이 필요한 곳이 규제로 막히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세금이 좋은 방향으로만 쓰이면 더 낼 의향은 있다. 얼마전 남북 정상회담을 보며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씨(28)는 "아직 집 문제가 와닿지 않아서 그런지 부동산 이슈는 큰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너무 독점하는 것 같고 한국당은 여전히 반성이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제3당에 힘을 실어줄 생각도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편 세 후보 모두 탄천변 동측도로의 지하화와 지상 공원화를 약속한 만큼 선거 뒤 이 일대의 환경 개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또한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한 잠실역 사거리 등에 대한 교통공약도 공통적으로 나와 송파을의 주요 민원 사안이었던 교통 정체 문제도 해결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