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관세청장.
지난 20일 관세청은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의 인사를 실시해 인천공항 휴대품 통관업무 담당국장 2명과 과장 19명 가운데 14명, 6급 이하 직원 224명을 교체했다.
전체 휴대품 통관업무 관리자의 76%, 6급 이하 직원 46%에 해당하는 규모다.
관세청은 항공사와의 유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조직내부 청렴 분위기를 확산하는 한편, 국민에게 신뢰받는 관세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휴대품 통관업무의 연속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인적쇄신을 단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후속인사는 휴대품 통관업무 경력 3년 미만자 중에서 청렴성, 인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관세행정 혁신 태스크포스(TF)는 한진그룹 유착 의혹과 관련해 관세청이 신속히 내부 감찰을 하고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휴대품 담당인력 등에 대한 고강도 인적 쇄신도 함께 요구했다.
이번 인사이동은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관세청의 이번 조치에선 정작 중요한 내부 감찰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TF에서 신속한 내부 감찰을 강조했지만 인력 쇄신 명목으로 직원 교체만을 단행한 것이다.
앞서 관세청은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오랜 기간 고가의 밀수품을 자유롭게 들여온 것은 세관 직원들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 했다는 지적이 일고, 대한항공으로부터 관세청 고위공무원 등이 좌석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제보가 사실로 드러나자, 지난 4월24일 유착 혐의에 대해 자체적인 내부감찰에 착수했다.
그러나 2달여가 지나도록 내부감찰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셀프감찰'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직원들 절반을 물갈이 한 이번 인적 쇄신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주로 휴대품 통관 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들을 대거 교체했는데,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사람만 교체한 것은 직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이번 인사를 통해 일괄적으로 전보 조치를 받은 직원들 사이에선 외부에서 볼 때 자신들을 유착 대상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세관 관계자는 "감찰 결과 발표 없이 해당 직원들만 교체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가뜩이나 셀프감찰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데, 이에 대한 이야기도 이번 조치에 포함되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만 단행하고 감찰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다면 관세청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인적 쇄신 보단 견제 방안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세청은 이번 후속조치를 통해 과잉의전 제한, 특별관리대상 지정, CCTV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불시점검 등 TF에서 강조한 권고안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