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저임금 정책 의지 이어준 최저임금위 결정에 감사"
소상공인 "절차적·내용적 정당성 상실한 최저임금 결정안···국민 저항권 발동"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아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 상황,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며 사실상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보수야당들이 주장해 온 최저임금 재심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작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리 수의 인상률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의지를 이어주었다"며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거듭 치하했다. 이어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에 대해선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년 연속 최저임금 두자릿 수 인상에 반발하는 영세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선 "정부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경영이 타격받고, 고용이 감소하지 않도록 일자리 안정자금뿐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 합리적인 카드 수수료와 가맹점 보호 등 조속한 후속 보완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근로장려세제 대폭 확대 등 저임금 노동자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는 보완 대책도 병행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와 민생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사정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협조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에 반발, 16일 광화문에 천막을 설치하고 대규모 항의집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최저임금 인상을 백지화하기 위한 전방위 투쟁에들어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외면하고 노동자위원과 공익위원만 참석해 일방적으로 결정한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며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결정했다"며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상실한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하여 국민 저항권의 구체적 발동을 위해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 연대'를 구성하고, 업종별, 지역별 연대를 구성하며 전면적인 소상공인 생존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합회는 구체적인 행동 관련, "비폭력적으로 소상공인들의 입장과 처지를 국민들게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과정을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전통시장 상인들은 물론, 영세 중소기업, 농수축산인 등 최저임금 및 고용정책에 연관된 모든 힘을 총결집해 나갈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서울 광화문 등에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천막본부를 설치, 대규모 집회 등 강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며, 온라인에서도 이런 상황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안과 관련, '5인 미만 소상공인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하여 이의신청을 고용노동부에 정식으로 제기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모라토리움'의 구체적 실행을 위해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소상공인 노·사 자율 협약 표준 근로계약서를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작성하고,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보급·홍보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정부가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안을 묵살하고 독자적 근로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현재 최저임금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는 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합회는 문 대통령을 향해선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소상공인들과 소상공인 업종에 종사하는 취약근로자들을 외면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최저임금의 직접당사자인 소상공인과 취약근로자들을 최우선으로 한 최저임금 정책으로의 전환을 결단해 줄 것을 대통령께 호소한다"며 최저임금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의 파장이 크짐에 따라 정부 관련부처에서는 후속조치에 대한 방침을 내놓고 있으나 현장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근로자위원이 심의 기간 중 위원회에 제안한 내용을 포함해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 지원대책에 관한 건의도 정리해 정부에 제출하고 위원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요청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 간의 간담회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중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했으나 이 자리 역시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으로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성토장이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 2기의 정책기조를 '경제 살리기'로 두고 있는 현 정부가 어떤 해결 방식으로 현장의 불만을 잠재울 것인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