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보험사 사이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미지급분 지급 여부를 놓고 벌어진 신경전이 이번 주중에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금감원이 권고한 즉시연금 미지급액 일괄지급 여부를 논의한다.
금감원의 요구대로 한다면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최대 16만명 1조원에 이르러 보험업계에 미칠 파장이 큰데다 삼성생명의 결정에 따라 향후 사태 추이가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에 대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 판정 이후 생명보험사들에 대해 즉시연금에 가입한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한 연금액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권고를 따를 경우 삼성생명은 4000억원이 넘고 한화생명도 800억원, 교보생명은 700억원의 돈을 토해내야 할 처지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즉시연금(만기환급형)은 고객이 목돈을 한 번에 납입하면 바로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으로 나눠받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이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약관에 만기보험금에서 사업비와 재원을 공제한다고 명시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금지급액이 적게 지급됐다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접수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이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사업비 등을 공제한 것은 잘못이라며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약관에 연금액은 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하거나 산출방법서에 따라 지급한다고만 명시되어 산출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문구가 없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공제 부문에 대한 설명을 산출방법서에만 담고 약관에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에서는 "약관에 모든 걸 다 담을 수 없어 산출계산서나 사업방법서 등 기초서류에 반영했고 이것도 계약의 일부"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금감원이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일부 공제하는 보험상품의 구조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무리한 권고를 하고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취임 후 가진 첫 기자회담에서 소비자 보호금융의 첫 사례로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일괄구제를 추진하겠다며 보험금 과소지급 사례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오는 25일 국회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어 이 자리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지 보험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즉시연금에 대한 상품조건과 약관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이번 삼성생명 즉시연금 민원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판정이후 모든 가입자에게 문제가 된 미지급 연금액을 일괄 지급하라는 것은 거액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보험사와 주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생명 이사회가 금감원측의 일괄구제를 받아들이려고 해도 그러한 결정은 이사들의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즉시연금 논란으로 보험사들은 약관을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연금 월액에서 연금계약의 연금재원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제외하여 계산한 연금 원액으로 개정하고 신규 계약부터 적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