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세금 체계를 기존 종가세에 종량세로 바꾸는 개정안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국내 맥주업계와 근로자들이 종량세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4일 오비맥주·하이트진로 등 국내맥주제조사 노조는 성명을 내고 "동등한 규정 속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차별 없는 소비자의 선택권 부여를 요구한다"면서 "맥주과세 체계를 종량세로 개편해 노동자의 생존권과 일자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정부가 추진 중인 맥주 세제개편은 국산맥주와 수입맥주간 세금 역차별을 바로 잡는 조치"라며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맥주생산 기지로서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절실한 시대적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행 종가세 체제 아래 수입맥주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 과표에 포함된 이윤이나 판매관리비 등이 없어 상대적으로 세금이 적게 부과된다"며 "국산 브랜드 맥주 생산이 해외로 이전될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심각한 고용위기에도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맥주산업이 붕괴 위험에 놓였으나 정부가 역차별 정책을 수수방관하고 있어 국내 생산라인이 줄고 신규 고용창출도 축소돼 결국 지역·국가경제에도 치명적이란 주장이다.
한국수제맥주 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과세 제도와 소비자 효익이라는 관점에서 정부기관에서 종량세를 도입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며 "OECD 회원국 35개국 중 한국·칠레·멕시코·터키 등 4개국만 종가세 방식을 적용 중인데 종량세가 도입되면 저가 맥주 퇴출, 고가 맥주 가격 인하, 다양한 수제 맥주 출시 등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 방식에 따라 국산맥주는 제조원가에 국내 이윤·판관비를 더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결정된다. 이와 달리 수입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과세표준이라 상대적으로 세금이 적게 매겨진다. 이에 조세 형평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주류 종량세 개편이 검토되고 있었으나 지난 2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소비자 후생 측면까지 살펴야 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 종량세 전환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