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협상 타결이후 정부가 남북경협 초기에는 중소기업의 소규모사업 부터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자 중소기업 들이 북한진출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수출희망품목은 봉제완구 지류 자동차부품 소방기구 플라스틱 및금 형 기계공구 약품 스웨터 등이었으며, 수입희망품목은 어분 천연석 지류 비 철금속류 원자재 웅담 농수산물 등이었다. 투자하려는 업종은 광산 봉제완구 어분제조 자동차부품 도금 금속가구기계공구 전자부품 약품 농수산가공 등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경공업분야가 남북경협에 유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에서 임가공형태로 반입된 제품을 보면 학생용 가방 등 중소 기업형 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대우 등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제 품도 가방 신발 재킷 와이셔츠 블라우스 등 중소기업에 맞는 업종들이다. (매일경제, 1994년10월22일자)
위의 기사가 나가고 20여년이 지났지만 남북교역의 상황은 여전히 비슷하다. 어쩌면 저 때가 더 나았을 수도 있다. 개성공단이 풀리고 남북교역이 재개되면 남한 기업이 북한에 보내 판매할 물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지를 예측해야 '남북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이 번에는 남한 기업의 대북 투자를 위한 검토보다는 남한 제품을 북한으로 보내서 직접 마케팅을 위한 품목을 고민해보려고 한다.
북한의 최대 수입 품목인 섬유 제품의 비중은 메리야스편물과 뜨개질편물(HS 60)이 19.6%, 인조필라멘트섬유(HS 54), 인조스테이플섬유 (HS 55)가 각각 16.9%, 11.1% 증가하면서 섬유제품 전체적으로 5.4% 증가했다. 다만 2016년도 수입이 크게 증가했던 의류/부속품(HS 61, 62)은 각각 13.0%, 18.7% 감소했다.
북한의 섬유 제품의 수입은 대중 위탁가공 재수출용의 원부자재 수입과 북한내 수요의 증가로 보인다. 광물성 생산품의 수입은 주된 품목으로 추정되는 석유와 역청유 (HS2710)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석유조제품(HS 2710)의 2017년 수입액은 전년대비 58.1% 대폭 감소한 4823만 달러, 물량은 전년대비 66.9% 감소한 9만 870톤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UN 안보리 2375호 제재 결의안(2017년 10월부터 연말까지 정유제품의 대북 수출을 50만 배럴로 제한) 시행에 의해 2017년 10월~12월의 수입량 하락폭은 95% 이상에 달한다. 이는 미국의 대북 무역제재로 인한 영향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북한의 주된 수입 품목은 내수용 소비재 보다는 중화학공업 제품의 전반적 비중이 높다. 이는 아직도 북한의 산업구조가 중화학공업 위주로 되어있음을 말하며, 주로 경공업에 종사하는 남한 중소기업의 대북 마케팅 진입 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수입무역과 시장 간의 관계 역시 심화되고 있다. 북한의 수입은 공식적으로는 국영기업의 설비 및 중간재를 조달하기 위한 것이지만, 북한 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대부분이 수입품임으로 감안할 때 수입 무역의 상당 부분은 시장과 직결된다. 초기에는 보따리 무역이나 밀무역 등을 통하여 소비재가 수입되었지만, 점차 공식적인 무역회사를 통하여 수입되는 소비재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국가가 대형 유통망을 확충함에 따라 이 유통망에 공급할 상품을 공식적인 무역을 통하여 수입하고 있어 소비재가 공식적인 무역을 통하여 수입되어 시장에 판매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2. 북한 수입시장 예측의 전제
남한 기업이 북한의 실물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면 어떤 품목이 우선 좋을까? 그 품목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가정해보았다.
첫째, 북한의 소비자들도 외국 시장에 대한 정보가 있다. 이러한 가정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북한에도 스마트폰이 있고, 중국인들과의 교류가 있고, 아울러 북한 내에서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가난하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적 희망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1995~1998년 동안 발생한 대기근인 '고난의 행군'도 견뎌냈다. 경제적으로 보면 더 이상 어려울래야 어려워지기도 힘들다. 그런 북한에게 미국의 대북 무역제재가 풀리고 남북한의 경제교류가 시작된다면 그야말로 장밋빛 희망이 꽃핀다.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소비와 생산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셋째, 북한 고유의 잠재적 위험이 있다. 이 위험은 남북교류의 개방에도 불구하고 지속하게 될 경제보다 정치·군사 우선의 사회 시스템, 관료의 부정부패로 인한 뇌물의 일상화, 국제 정치 상황에 크게 노출된 불안정성이다. 이는 주로 남한 기업들의 과감한 대북 진출을 망설이게 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 조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 시장조사 방법으로는 우선 단동을 통한 직접 조사를 해보기를 권한다. 단동지역은 북한의 대중국 수출입의 관문이다. 단둥은 중국의 대북 무역의 중요한 국경 무역거점으로서 대 북한 교역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역사적으로 단동과 압록강을 마주하고 있는 신의주는 중국과 한반도의 교역과 교류의 창구 역할을 하여왔다.
20세기 초에는 일제의 침략과 러일 전쟁 시기 그리고 이후의 시기를 통해 단동과 신의주 통과하여 많은 물자와 사람들이 대륙으로 들어왔다. 그러다 냉전시기이후 단동은 북·중 협력의 대표적인 도시로 부상했다.
중국 대 북한은 정치적으로, 1949년 수교 이후, 모택동 시대의 무상원조와 순치관계(唇齿关系)부터, 현재의 시진핑 주석의 동북진흥의 강조의 따라 다양한 과정을 거쳐 왔는데, 최근 접경지역 경협의 확대에 따라 단동의 대북 무역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단동지역은 신의주와 육상 및 수상 교통을 통하여 교류되고 있다. 압록강대교 및 신 압록강 대교는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두 대교를 통해 북·중간에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교류와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 수로는 단동항과 랑두항을 중심으로 신의주와 긴밀한 수상무역을 하고 있다. 철도와 도로는 2015년 9월에 단동-심양, 단동-대련까지 고속철도가 개통되었고, 단동-평양 열차를 매일 운행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통해 단동의 대북 교역 및 투자가 탄력을 받고 있다.
단둥에서의 직접 제품 조사는 현재로서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 북한의 수출입 통계, 외부와 연결되지 않는 북한의 인터넷 망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간접조사로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북한의 대외무역 동향'등 2차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해서 기업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북한에 관한 직접조사 자료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국가정보원이나 통일부라면, 간접조사 자료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은 코트라일 것이다. 전 세계 86개국에 퍼져있는 127개의 해외 무역관을 통해서 현지국의 대북한 무역동향을 수집, 분석하여 배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KIEP (대외경제정책 연구원), KIET(산업연구원), 무역협회 등도 북한 관련 자료를 꾸준히 발행하는 기관이다.
3. 대북한 반출 유망 품목
가) 섬유 패션 제품
섬유 패션 제품은 완제품이나 원부자재 모두 시장성이 높다. 우선 완제품의 경우 남한 브랜드 제품의 북한 시장 진입은 동남아와 중국에서 한류 열풍을 돌이켜 보면 될 것이다. 북한에서도 남한 아이돌의 공연, 남한 드라마의 동영상이 돌고 있으며, 꽤 인기를 끌고 있음을 감안하면 북한 고소득층(남한 중산증 정도)이 감내할 만한 가격의 중고가 브랜드가 충분히 시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소품의 경우는 신발, 양말, 가방, 모자 등 남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남한 패션제품과 북한 섬유 패션 제품간의 가장 큰 차이는 색감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북한 의류의 염색형태를 보면 단색위주나 체크 무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남한의 의류는 한 가지 색만 사용한 옷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리고 같은 색상이라도 남한 의류가 훨씬 밝고 선명하다.
남북한의 색감이 그동안 많이 달라졌거나, 추운 기후 때문에 원래부터 달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한 패션제품의 선명하고 다양한 색감은 북한 주민에게 인기를 끌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아울러 북한에서 사용되지 않는 소재 (에어로쿨 등 땀을 빨리 흡수하고 건조시키는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제품도 북한 의류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나) 화장품
그 동안 북한 여성들은 자신을 꾸미는 행위인 화장과 치장에 대해서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관심을 쏟을 여건이 되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교육을 받아 왔다. 또 화려한 색조 화장은 지양하고 간단한 기초 피부 관리 등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 여성들이 미(美)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고,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는 'K뷰티'의 열기가 북한이라고 예외가 아니란 것은 화장품 업계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소와 남북경제연구원이 북한이탈주민 여성 16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가운데 71%가(125명) `아름다운 것에 매우 관심이 많다`고 답했다. 특히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한류열풍에 따라 한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색조 화장품은 물론 주름 방지, 미백 등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매일경제, 2018.6.14.)
북한 경제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북한 여성들이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동영상으로 보거나 직간접적으로 만난 남한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북한 여성들도 남한 화장품을 구매하고자 할 것이다. 실제로 아직 남북교역이 풀리지 않은 지금도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포장을 감춘 남한 화장품이 인기 있다고 한다.
3) 자동차 및 부품
북한에는 현재 평화자동차, 승리자동차, 평양자동차, 청진상용차, 김정태기관차 등이 있다. 그 중 평화자동차와 승리자동차는 북한의 가장 큰 2대 자동차 제조상이지만 최근에는 '유통상'의 역할이 더욱 많은 편이다. 대부분 차량은 수입해서 판매하고 일부분은 합자 방식으로 북한 내에서 조립해 북한 자동차 브랜드를 붙이고 있다.
평화자동차는 북한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이다. 또한 유일하게 남북합작 자동차 회사로 북한의 승인을 받은 기업이기도 하다. 2011년 생산량이 최고 수준으로 올라 약 1820대의 승용차를 생산했으나 한국 합자측의 철수로 생산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 때까지의 주력 생산차종은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을 라이선스한 '준마'이다. 2013년 36종의 신차를 발표했으나, 보도에 따르면 이 차량은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 기업의 대북 진출 시에는 완성차는 현대등 대기업이 할 몫이지만, 체어맨 등 평화자동차가 생산했던 차종의 부품, 그리고 벤츠, BMW 등 북한에서 수입한 외국산 자동차의 부품 등도 유망한 품목이다. 그 중에서도 브레이크 관련한 품목, 오일 필터 등 소모성 부품은 남한에서도 이미 생산되고 있다.
4) 가전제품
텔레비전, 가정용 소형 믹서, 전기밥솥 등 여성의 가사 노동을 줄여줄 가전제품의 수요는 남북교류와 북한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는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는 것과는 상관없이 보다 효율적으로 집안을 관리하려는 욕구와 관련이 있다.
과거 '5장 6기(옷장·이불장·찬장·신발장·책장, 텔레비전·세탁기·녹음기·냉동기(냉장고)·재봉기·선풍기)'가 있으면 괜찮게 산다고 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오토바이, 냉장고, 노트텔, 노트북, 전기밥솥, 태양광판이 있어야만 잘 사는 부류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과 LG 등 한국산 가전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남한의 가전제품은 북한과 동일한 220v에서 사용하며, 사용설명서도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작동이 편리하다. 쿠쿠압력 밥솥은 북한에서도 상당한 선호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봉제용 기계, 건축·건설자재, 전자제품 등도 남북교류 초기에 중소기업이 진입제품으로 꼽을 만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