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탈세액 1000억원 이상…양형기준 벗어나
법조계 "세금 납부 등 감경요소 적용했을 것"
◆…지난 5일 서울고법은 조세포탈·분식회계 등 800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조 명예회장이 선고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1300억원대의 거액 탈세에도 불구하고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이 선고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형량에 대해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지난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352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고령인 조 명예회장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조 명예회장을 구속하지는 않았다.
조 명예회장은 5000억원의 분식회계 및 탈세 1506억원, 횡령 690억원, 배임 233억원 , 위법배당 500억원 등 8000억원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지난 2014년 기소됐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횡령·배임 및 위법배당 혐의는 무죄로 보고 포탈세액 1348억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이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회계분식을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한 혐의와 효성 임직원 차명주식으로 배당소득을 취득하고도 소득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아 125억원을 탈세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봤다.
이같이 법원이 조 명예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범죄 양형인자의 가중·감경요소', '포탈세액 사후 납부'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조 명예회장은 특가법상 조세 혐의로 1300억여 원의 포탈세액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는데 포탈세액만 따졌을 때 이는 '2017년 대법원 양형기준'의 감경 형량에 미치지 못한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포탈세액이 200억원 이상일 경우 감경했을 때 징역 4~7년, 가중했을 때 징역 8~12년, 가중·감경 요소가 없으면 5~9년의 형량을 권고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포탈액이 13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세액만 봤을 때는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셈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조세포탈의 고의성, 사후 세금 납부 등 감경요소를 재판부가 반영해 '작량감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형법은 법관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재량으로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의 법인세 포탈은 다수의 임직원이 동원돼 계획적·조직적으로 은밀하게 범행이 이뤄졌고, 포탈세액의 합계도 거액"이라며 이는 조 명예회장의 불리한 정상이라고 봤다.
반면 "IMF 외환위기 당시 (주)효성이 효성물산의 부실을 떠안게 돼 조 명예회장으로서는 처음부터 탈세를 목적으로 했기보다는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세포탈행위에 이르게 됐다"며 이를 감경요소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조 명예회장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법인세 포탈이득이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은 점 ▲조 명예회장과 효성이 포탈된 세금을 사후에 전부 납부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부장검사 출신 A변호사는 "조 명예회장의 포탈세액만으로는 1000억원이 넘는 거액이지만 세액만으로 양형기준을 벗어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양형기준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가중·감경요소를 고려해 재판부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실제 이득액이 경미한 경우와 포탈한 조세를 상당부분 납부한 경우 등을 '조세범죄 양형인자'의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로 권고하고 있는데 항소심 재판부 역시 이러한 요소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어 A변호사는 "조 명예회장이 포탈세액을 사후적으로나마 전부 납부하고, 초범인 점 등도 고려 대상이 됐을 것"이라며 "그동안 대기업 회장들의 조세포탈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가 다수 선고된 점을 비춰봤을 때 실형이 내려진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이 자주 나올 경우 국민의 법 감정상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포탈세액 구간이 넓은 양형기준도 조금 더 세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상운 효성 총괄부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고, 법인카드로 16억원을 사적으로 사용해 횡령한 혐의를 받은 조현준 회장은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효성 측은 선고 뒤 "재판 결과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