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분식회계 등 800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조 명예회장이 선고가 끝난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
조세포탈·분식회계 등 8000억원대 기업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장남인 조현준 회장에게는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1심이 선고된 지 약 2년8개월만이다.
조 명예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이 선고됐는데 항소심에서 벌금만 다소 낮아졌다. 다만 조 명예회장은 고령과 건강 상태를 이유로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5일 열린 조 명예회장 등 효성 전·현직 임원들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조 회장에 대해 "조세포탈 범행이 장기간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고 포탈세액 또한 거액"이라며 징역 3년에 벌금 1352억원을 선고했다.
횡령·증여세 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준 회장은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조 명예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상운 총괄부회장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내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에 대해 "회계분식을 통한 법인세 포탈, 효성 임직원을 동원해 계획적·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다만 "당시 누적된 영업손실로 수천억원의 부실자산을 보유한 효성물산이 합병을 통해 부실자산을 떠안은 점을 고려할 때 처음부터 탈세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업생존을 위해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세포탈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봤다.
이어 "조 명예회장은 형사처벌의 전력이 없고, 조세포탈의 이익이 개인에게 귀속되지 않았다"면서도 "포탈액 액수 등 사정을 볼 때 유리한 정상에도 불구하고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조 명예회장 등 임직원은 5010억원의 분식회계를 비롯해 탈세 1506억원, 횡령 690억원, 배임 233억원, 위법배당 500억원 등 8000억원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2014년 1월 기소됐다.
이밖에도 검찰은 조 명예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 차명주식을 통해 260억원대의 소득세를 탈루하고, 효성의 해외 법인 자금을 빼돌려 개인 채무변제 용도로 사용해 횡령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조 명예회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횡령·배임 및 위법배당 혐의는 무죄로 보고 포탈세액 1358억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조 명예회장이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효성 중국법인의 수출을 허위 중개하고 698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를 살펴봐도 1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검찰의 예비적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또 페이퍼컴퍼니로 효성 싱가포르 법인으로부터 233억원을 차용한 뒤 법인 손해로 처리한 배임 혐의도 "1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의 국내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포탈 부분에 대해서는 "조 명예회장의 차명주식이 아닌 부분이 있는데 증거만으로 구분해서 세액을 계산할 수 없다"며 "따라서 포탈세액 전부에 대한 산정이 불가능해 합산해 처벌할 수 없어 무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조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 역시 법인카드로 16억원을 사적으로 사용해 횡령하고, 부친으로부터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비자금 157억원을 증여받아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았지만 횡령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효성 측은 선고 뒤 입장문을 통해 "IMF 당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를 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한 사안이 아님이 밝혀졌는데도 실형이 선고됐다"며 "향후 상고해 적극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