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얼마 전 내가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학습그룹의 오프 정기모임이 있어 다녀 온 얘기를 하고자한다.
학원들이 밀집되어 있는 종로로 모임장소를 정해 거리상 불편함은 줄일 수 있었는데 그날 마침 한일전 축구경기가 있어 시험도 끝난 수험생들이 얼마나 올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가방을 둘러 맨 수험생이 한명 두 명 자리를 차지하더니 시작 10분 만에 준비했던 좌석을 꽉 채웠다.
온라인에서만 서로 알고 지낸 분들이라 이렇게 오프를 통해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딱딱하고 어색하다. 오랜 기간 다양한 학습모임을 운영해 본 결과, 그런 어색한 자리를 깨는 방법은 역시 '공부하는 이유와 꿈'이란 주제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참석한 한분 한분의 자기소개와 이어진 공부하는 이유, 꿈을 듣다보니 어느새 냉랭했던 공간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웃음으로 변한 것을 보게 된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우리가 공부를 합격할 때까지 버티게 해주는 것은 공부비법일까요? 아니면 희망이나 꿈일까요?"
"합격할 것 같은 희망이나 꿈이 없다면 못 버틸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우린 평상시 공부하면서 잘 떠올리지 않죠. 왜 내가 이 공부를 시작했고 어떤 희망이나 꿈이 있어서 나를 현재 버티게 해주는지를" "괜히 그런 걸 꺼내들게 되면 자신에게 초라해지거나 쑥스러워 지게 되죠. 처음의 열정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참석한 수험생의 다양성이 압도한다. 20대 학생에서부터 40대 직장인까지, 경상도 포항,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까지, 이제 막 공부를 시작한 수험생부터 2차만 5번 본 장수생까지.
평상시에는 서로 만날 기회도 없는 분들이 '세무사시험'이라는 하나의 목표 앞에서는 그냥 '수험생'일 뿐이다.
국제조세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당당한 전문가의 삶을 살고 싶어서 자식에게 멋진 부모가 되고 싶어서 등등 다양한 공부하는 이유를 말한 뒤 공감하고, 어떤 대목에선 눈시울을 같이 적셔보기도 한다.
그렇게 모임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부터 모임후기들이 우후죽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처음 참석한 정모라 긴장도 되고 어색함도 있었지만 꿈과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네요. 여러 사람들과 꿈에 대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경험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고 제 이야기를 하면서 제 자신의 꿈과 목표가 구체화되는 것 같네요"
"올해 4차생이라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정모를 통해서 합격할 때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끈을 부여잡을 수 있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지를 얻은 것 같아요"
"저는 한 때 '꿈을 가지는 것이 꿈' 일 때가 있었는데요, 꿈을 가진 지금이 너무나 행복 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계기가 된 모임 이었습니다"
"합격하신 분들이 너무 좋아하고 만족하며 사시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고, 나도 내년에는 꼭 합격해서 저렇게 살고 싶어 졌습니다"
얼마 전 타개한 미국 보수정치의 큰 별 매케인이 죽기 전 마지막 편지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의 단 하루도 어떤 누군가의 최고의 하루와 결코 바꾸지 않겠다"
"저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