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점식 회계사가 직접 촬영한 고하도 관광 안내도(당시 보화도)
1597년 음력 9월16일 아시아 최강의 군대를 자랑하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본군은 울돌목전투에서 수군이라고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단 13척의 조선 수군에 대패했다. 이로 인해 바다를 통한 왜군 식량 보급이 끊기고 전쟁이 패배로 기울어졌다.
금년 여름 8월 15일을 맞이해 언젠가 꼭 가보려 하였던 고하도를 찾기로 했다.
이순신 장군께서 조선 수군을 일으켜 세운 고하도는 그 당시 이름인 보화도(寶花島)에서 의미하는 아름다운 꽃섬이란 이름을 가졌었지만 이순신 장군에게는 귀한 아들 면이 일본군에 의해 살해됐다는 '통곡'이란 편지를 받아들고 조선 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들어온 비극을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그 당시 일본은 울돌목에서 조선수군에 참패를 당하고 이를 보복하기 위해 군대를 이순신 장군의 생가인 아산으로 보낸 뒤 가족을 몰살시키려 했는데 이 때문에 아들 면이 살해됐기 때문이다.
고하도를 어떻게 가볼까 고민을 했지만 요즘은 다리로 연결돼 자동차로 갈 수 있게 됐다. 그 당시 고하도는 목포앞 바다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작은 섬에 불과했다.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 전투에서 승리를 했지만 당시에도 3백 척을 넘는 왜선이 울돌목 남쪽 입구를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해 바다가 왜군의 수중에 들어갔고, 진도 건너편 육지에도 왜군이 쳐들어오는 상황에서 진도 벽파진에 있던 통제영은 안전하지 못했으므로 새로 통제영을 찾을 수 밖에 없었는데 식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영산강 하구이자 목포 앞 바다에 있는 고하도가 최적지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자동차로 쉽게 도착한 고하도는 그날의 전쟁터의 기억을 간직한 섬이지만 비교적 한적한 섬이 되어 인적이 많지 않았다. 충무공 유적지를 표시하는 간판을 따라 산기슭을 올라가면 모충각이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일제 강점기에 야산에 버려져 있던 이충무공 전적비을 찾아 다시 세워놓아 풍상의 세월과 장군의 고하도시절을 증언하고 있다.
이충무공 전적비를 보고 내려와 오른 쪽으로 돌아보면 목포 유달산이 보이고 장군이 올랐을 산 말바우 정상에 올라가서 목포 쪽을 되돌아보면서 장군이 다짐하였을 전쟁의 승리와 아들 희생에 대한 복수의 심정을 생각해 보았다.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모충각 앞을 지나 돌아오면 지금은 폐교된 목포 서산초등학교 충무분교와 그 옆에 있는 조선 수군의 훈련장과 그 당시 조선소 현장을 보게 된다. 이 폐교된 초등학교를 고하도와 관련된 이 충무공 기념관으로 해서 그날의 귀한 업적을 기리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신 장군은 울돌목전투에서 승리한 후 고군산군도까지 일단 후퇴를 하게 되는데 혹시 있을 수 있는 왜군의 기습을 피하고 위기 속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조선수군의 승전을 널리 알리려 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한 것. 단 13척의 배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장군은 목포 위쪽에 있는 발음도에 들러서 새로운 통제영 후보지를 고르다 고하도로 정하고 '통곡'이란 편지를 가슴에 넣고 조선 수군의 재건의 터로 이 곳 고하도에 106일간 통제영을 설치했다.
조선수군의 승리의 소식이 순식간에 전국에 퍼지고 불패의 장군에게 가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들게 되자 젊은이들이 조선수군에 입대하러 물밀듯이 몰려오는데 쌀 한 톨 공급해주지 못하는 선조임금에게 도움을 받을 처지도 아니고, 그 전에 해안 인근 9개 고을을 조선 수군의 식량공급지역으로 정해달라는 장계도 묵살된 처리라 막막한 상황이었다.
이 때 해결책을 찾아 준 것은 이순신 장군 밑에서 일하던 이의온이란 스무 살 먹은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조선중기 대학자인 이언적의 손자로서 장군이 추천인에게 감사장까지 썼던 매우 성실한 종사관이었다.
이의온이 제안한 것은 해로 통행첩인데 바닷길 통행세를 거두자는 것으로 큰 배는 쌀 세 가마 중간 배는 두 가마, 작은 배는 쌀 한가마를 거두는 것인데 10일 만에 1만석을 거두어서 장군은 이곳 고하도에서 배를 지어 53척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어 수군을 2천명으로 늘려 완도 옆의 고금도로 통제영을 옮긴 후 남해 바다를 조선수군이 다시 확보하는 기반이 된 곳이 이 보배로운 섬 고하도다.
왜군 보급로를 끊고 임진왜란을 끝내게 한 결정적 계기는 바로 바닷길 통행세 즉, 해로 통행첩을 발행하고 거둔 신종 세금과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