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막 시작하는 수험생들로부터 오는 질문 중 가장 많은 것이 있다.
"세무사님. 요즘 걱정거리가 생겨서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뉴스를 보면 세무사 자격증 따고 나서 개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처럼 별다른 사회 경험도 없는 입장에서 치열한 개업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어렵겠죠"
"그렇다고 고시 공부만 하다가 나이 먹다보니 세무사무실에서 근무세무사로 들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뽑아주지도 않을 것 같은데 어떡하죠?"
이제 막 휴학을 하거나 또는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으로 공부를 시작한 수험생 입장에서 막상 주위에서 세무사 자격증에 대한 비관적인 얘기를 듣게 되면 가슴이 철렁일 수 있다. 혹시 내가 첫발을 잘 못 내디딘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차라리 1차도 합격하고 몇 년 동안 공부한 수험생들은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들은 세무사 합격 이후에 대한 걱정보다는 그동안 공부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한번 시작한 공부에 대한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만이 하루하루를 지탱해주기 때문에 이런 걱정들은 잘 하지 않는다. 또한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에게 뒤돌아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렇게 상담해주곤 한다.
"맞아요. 요즘 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예전처럼 개업해서 성공하기가 어렵습니다. 자리 잡는데 기간도 많이 걸리고요. 특히나 아무런 사회경험도 없고, 인맥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지요. 근무세무사로 취업하는 것도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하죠. 어떤 법인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세무사로서 진로도 바뀔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합격하고 나서부터는 자신이 외부적 환경이나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럴 거라면 처음부터 자격증 공부를 하지 말고 일반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한 방법이겠죠.
취업이 되고 나면 매월 월급 나오고 때 되면 승진하고 얼마나 좋아요. 남들보다 빨리 연봉이 올라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하지만 결국 우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외부적 환경인 회사 사정에 의해 퇴직을 하게 될 것이고, 언젠가 조직원이 아닌 개인으로 다시 사회에 나와야 합니다.
세무사 합격하고 나서도 그런 직장인의 마인드로 산다면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어요. 경기가 안 좋아서 개업세무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근무세무사를 하거나 다른 일반기업체 세무 팀에 근무하면 됩니다. 그 기간 동안 경험도 쌓고 인맥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일종의 자기주도의 전략이죠.
나이가 들어서 또는 주부이기 때문에 취업이 어렵다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세무컨설팅이나 블로그 운영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생각하는 정도의 수입이 금방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그것이 자신의 경쟁력 있는 자산이 되니까요.
정리하면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부터는 자기 주도로 결정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남이 불러줄 것을 마냥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는 거죠. 제가 철들고 나서부터 몇 십년동안 뉴스에서 경기 좋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상황에 맞춰 잘 살아온 것을 보면 꼭 경기 탓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너무나 전형적인 답일 수 있지만 그렇게 답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세무사라는 자격증을 통해 갖게 되는 권리는 엄연히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일신전속권적 권리'기 때문에 그 권리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남의 눈치를 볼 것도 영향을 볼 것도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자격증 취득을 위해 땀 흘린 기간에 감사하고 있다.
